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일(현지 시각)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기고한 글에서 유럽 동맹국들을 대상으로 화웨이 등 중국 통신장비업체와의 협력 중단을 거듭 촉구했다. 화웨이와 대비되는 '좋은 기업'의 예로 삼성을 꼽기도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9월 미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린 미국재향군인회 '아메리칸 리전' 주최 행사에 참석, 연설하고 있다.

이에 대해 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럽연합(EU) 정보통신 장관 회의를 하루 앞두고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유럽 국가들에 대해 경고장을 보낸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이와 함께 대대적인 '반(反)화웨이' 공동전선 구축을 시도하며 중국을 견제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폴리티코 기고문에서 "많은 것이 위태로운 상황인 만큼, 신뢰할 수 있는 기업들이 21세기 정보망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면서 "유럽 국가들이 그들의 중요한 인프라에 대한 통제권을 화웨이나 ZTE와 같은 중국의 '기술 거인'들에 넘겨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와 함께 화웨이에 대해선 스파이 행위, 지적 재산권 탈취, 뇌물 수수 및 부패한 관행 등 각국에서 연루된 문제들을 일일이 열거했고, EU가 '화웨이 기술이 다른 대안들보다 더 낫고 저렴하다'는 유럽 홍보회사 등의 말을 경청하며 위험을 부담할 필요가 없다고 일축하기도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 과정에서 "한국 기업인 삼성이 그렇듯 (스웨덴의) 에릭슨, (핀란드의) 노키아와 같은 유럽 기업들도 고품질과 가격경쟁력을 갖춘 5G 장비들을 생산하고 있다"며 삼성을 화웨이 등 중국 기술기업의 대안 중 하나로 거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들 회사는 공정하게 경쟁하는 합법적인 상업 행위자들"이라고 추켜세운 뒤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들 기업은 법의 통치를 준수하고 그들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는 민주국가들에 본사를 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이날 화웨이를 비난하면서 '삼성 추켜세우기'에 나선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자국 기업인 애플을 '지원사격'하며 삼성을 견제한 것과 대비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텍사스 오스틴의 애플 제품 조립공장을 방문,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나란히 선 자리에서 "우리의 문제는 삼성"이라며 "삼성은 훌륭한 회사지만 애플의 경쟁자이다. 애플을 삼성과 어느 정도 비슷한 기준으로 처우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에도 "지금 문제는 그의 경쟁자, 좋은 경쟁자인 삼성이 관세를 내지 않고 쿡은 낸다는 것"이라며 대중국 관세 문제와 관련, 애플을 단기간 도와야 한다며 지원 방안 모색을 시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