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셰일 혁명' 덕분에 석유 수출이 수입보다 많은 순수출국 지위에 올랐다. 중동산 석유에 의존해 오던 미국이 명실상부한 '에너지 독립'을 이룬 것이다.

셰일오일은 퇴적암의 일종인 셰일(혈암)층에 갇혀 있는 원유로, 암석층 사이에 고압의 물과 화학물질 화합물을 쏘아 넣어 원유와 가스를 빼내는 방식으로 생산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미 에너지정보청(EIA)을 인용해 미국이 지난 9월, 하루 평균 8만9000배럴의 석유를 순수출했다고 2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순수출이란 원유와 석유 제품의 수출 물량이 수입 물량보다 많았다는 의미다. 미국이 월(月) 단위로 석유 순수출국이 된 것은 관련 기록 작성이 시작된 1949년 이후 70년 만에 처음이다. 미국은 셰일 혁명이 본격화하기 전인 2008년에는 석유 수출보다 수입 물량이 하루 평균 1200만 배럴이나 많았다.

미국은 10년 전부터 셰일 오일 생산이 본격화하면서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크게 낮아졌고, 작년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산유국에도 올랐다. 미국이 중동산 석유에 의존하지 않게 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에서 미군을 철수하기로 하는 등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거리낌 없이 펼치고 있다. 중동의 안정은 미국 석유 수급을 위해 핵심적 과제였지만 이젠 그 부담을 떨쳐버릴 수 있게 돼 미국은 '세계 경찰' 역할을 마다하고 자국의 이익만 추구하는 고립주의 경향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내년에는 미국이 연간으로도 석유 순수출국에 오를 전망이다. EIA는 "내년에 미국이 하루 평균 75만 배럴을 순수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너지 컨설팅 업체인 리스타드 에너지는 "미국이 오랫동안 기원해온 에너지 독립이란 목표에 다가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이 석유 순수출국이 된 데에는 기술 혁명이 크게 작용했다. 2000년대 중반 미국의 독립 석유업체들이 그동안 경제성이 없다고 방치됐던 폐유전에서 지하 3㎞를 파고 내려간 뒤 90도를 꺾어 다시 수평 시추공을 박고, 여기에 모래·화학품을 섞은 고압의 물을 쏘아 바위틈의 석유를 퍼올리는 프래킹(수압파쇄법) 기법을 도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의 원유 생산은 하루 평균 1200만 배럴에 이르며, 이 중 셰일 오일이 800만 배럴로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셰일 혁명으로 원유 생산이 늘자, 미 정부는 2015년 오일 쇼크 이후 40년간 금지했던 원유 수출을 재개했다. 이후 미국산 원유가 국제시장에 공급되면서 국제 유가는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이 원유 순수출국이 되면서 미국의 무역 적자도 줄어들게 된다. 2018년에 미국은 석유 교역에서 620억달러의 무역 적자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체 적자의 10%에 이른다. 미국이 내년부터 석유 순수출국이 되면 최소 10% 이상의 무역 적자 절감 효과가 발생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