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2일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과 김기현 전 울산시장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 등에 대한 검찰 수사에 일제히 불쾌감을 드러냈다. 전날까지만 해도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이날 더 이상 밀리면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판단이 확산된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무리한 수사에 이대로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노영민 비서실장, 문 대통령, 국가안보실 정의용 실장, 김유근 1차장, 김현종 2차장.

청와대는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의 '별도 특감반(별동대)'에서 활동했던 A 수사관이 검찰 소환 조사를 앞두고 사망하기 전 동료에게 '왜 검찰이 나를 부르는지 모르겠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밝히며 적극 반박에 나섰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A 수사관이 울산에 동행한 B 행정관에게 했던 말을 공개했다. A 수사관은 울산지검에서 첫 조사를 받기 전날인 지난달 21일 청와대의 B행정관에게 전화해 "내가 힘들어질 것 같다. B 행정관과 상관없고 개인적으로 감당해야 할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A 수사관의 사망 원인에 대해 '진실을 밝히기 두려워서' '청와대의 압박이 심해서' 심리적으로 궁지에 몰렸을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청와대가 '개인적으로 감당할 일'이란 A 수사관의 발언을 내세워 이런 의혹을 반박한 것이다. 또 A 수사관은 B 행정관에게 "검찰이 울산지검에서 오라고 한다. 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우리는 울산에 고래 고기 때문에 간 적밖에 없는데 왜 부르는지 모르겠다"고도 했다고 한다. 청와대는 B 행정관이 밝힌 울산 방문 경위에 대해서도 자세히 소개했다. 둘의 방문이 '고래 고기 사건' 때문이지 현재 제기된 김기현 전 울산시장 하명 수사 의혹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다.

민주당에서도 '별건 수사 의혹'을 제기하며 검찰을 압박했다. 그동안 민주당 지도부는 김 전 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 지시 의혹 등에 대해 "당이 낼 입장이 없다"며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었다. 대변인 논평 하나 없었다. 하지만 이날 민주당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는 친문 의원들을 중심으로 "검찰의 압박 수사"라며 "왜 우리가 가만히 당하고만 있어야 하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한 친문 중진 의원은 이날 "검찰이 A 수사관 개인 비리를 갖고 압박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그런데 왜 당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느냐"며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친문 의원은 A 수사관이 청와대 특별감찰반 출신 김태우 전 검찰수사관이 건설업자 등으로부터 받은 골프 접대 문제 등과 관련이 있다는 구체적인 의혹도 제기했다고 한다. 송영길 의원도 "야당이 '고래 고기 사건' 등을 내세워 공격하고 있는데 우리는 왜 손을 놓고 있느냐"고 했고, 홍영표 의원 등은 "조국 사태 때부터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며 "두고 봐선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김 전 시장 하명 수사 의혹 등은 빠르게 수사하면서도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지정 당시 한국당의 국회 선진화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속도를 내지 않고 있다는 불만도 나왔다. 설훈 최고위원은 "윤 총장을 만나서 이야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민주당은 법제사법위원회 위원 중심으로 윤 총장 면담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우상호 의원은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는데 여당이 나서서 일을 키우는 모양새는 좋지 않다"며 자제론을 펼쳤다고 한다.

A 수사관이 유서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가족을 배려해달라'고 당부한 내용을 놓고서도 여권에서는 "검찰이 고인의 개인적 사안에 대해 무리한 수사를 한 것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고인의 안타까운 심경을 여권이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 수사관은 윤 총장을 향해 별도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죄송하다"는 내용과 함께 "면목이 없지만, 우리 가족에 대한 배려를 바랍니다"라는 내용이 있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