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 먼지 줄이는 건 좋은데, 출근은 할 수 있게 해줘야죠."

2일 오전 8시 20분쯤 충북 청주시 오송역. 역 바로 앞 BRT(간선급행버스) 정류장엔 150여명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서울 등지에서 고속철도로 오송역까지 온 뒤 정부세종청사행 BRT를 타려는 공무원들이다. 오송역과 정부청사는 약 18㎞ 떨어져 있어 BRT나 승용차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그러나 빈 BRT가 들어올 때마다 기다리던 승객 절반도 태우지 못하고 만차(滿車)로 떠났다. 이런 상황이 오전 9시까지 계속됐다. 한 중앙부처 직원은 "원래 같으면 주차장에 세워놓은 차를 타고 출근했을 텐데, 오늘은 차량 2부제에 걸려 BRT를 타야 한다"며 "평소보다 BRT를 타려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고 했다.

상시 차량 2부제가 시작된 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행정안전부 별관 옆 공터에 청사 주차장에 들어가지 못한 홀수 번호 차량이 늘어서 있다.

공공기관 등을 상대로 '상시 차량 2부제'가 적용된 첫날인 2일, 세종시 곳곳에선 출근 대란이 벌어졌다. 앞서 환경부는 "미세 먼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며 이날부터 내년 3월 말까지 수도권과 세종·대전 등의 중앙행정기관 등 9300여개 기관을 대상으로 차량 2부제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차량 2부제가 시행되면 홀수일엔 홀수 번호 차량만, 짝수일엔 짝수 번호 차량만 청사 출입을 할 수 있다.

이날 오전 8시 55분쯤 정부세종청사 근처 주차장 곳곳에선 실랑이가 벌어졌다. 주차장 입구에서 "2부제 때문에 홀수 차는 주차를 할 수 없다"고 하자, 운전자들은 "그럼 주차를 어디에 하란 말이냐"고 항의했다. 청사 주변 이면 도로는 불법 주차된 차들로 가득 찼다. 거의 대부분 이날 운행을 할 수 없는 홀수 번호 차량이었다. 2부제 단속을 하지 않는 인근 공터 주차장도 홀수차로 가득 찼다. 한 중앙부처의 A(31) 사무관은 "갓길에 주차된 차가 평소보다 30%는 더 많은 것 같다"고 했다.

2일 정부세종청사 6동 출입구에서 직원이 차량을 통제하는 모습.

공무원 사이에선 "서울이나 수도권처럼 대중교통이 발달해 있지 않은데, 승용차를 못 타게 하면 대체 어떻게 하란 말이냐"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세종시엔 지하철이 없는데다 BRT버스는 노선이 다양하지 않고, 일반 버스는 배차 간격이 긴 편이다. 택시 수도 880명당 1대꼴일 정도로 서울(136명당 1대)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 세종특별시가 생기기 전 조치원읍일 때의 택시 수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세종에서 승용차로 출퇴근하는 공무원 정모(26)씨는 이날 차로 10분 걸리는 거리를 35분 걸려 출근했다. 정씨는 "혹한기에 눈도 오고 추울 텐데 걸어다닐 생각에 앞이 깜깜하다"며 "대중교통 증차 계획도 없이 무조건 차를 타지 말라는 건 무책임한 것 같다"고 했다.

정책 담당 부서인 환경부 교통환경과엔 공무원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2부제를 지키지 않겠다'는 이들도 나오고 있다. 공무원 이모(51)씨는 "춥고 집이 멀어 차를 계속 타고 다닐 예정"이라며 "조금 불편하겠지만 길가나 청사 밖 주차장에 세우면 크게 문제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공무원들이 미세 먼지 예방에 솔선수범하자는 취지의 정책"이라며 "지자체와 협의해 교통 편의 개선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