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하명(下命) 수사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를 앞두고 숨진 채 발견된 검찰 수사관 A(48)씨가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근무 당시 동료들에게 '민정비서관실에서 하는 일이 대단히 위험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고 동료들이 본지에 증언했다.

A씨는 현 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에 파견돼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밑에서 이른바 '별동대'로 활동한 뒤, 올해 2월 검찰로 복귀했고 8월부터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비위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에 배치됐다. A씨가 최근 주변에 "민정수석실 ○○○(고위 관계자)가 유재수 사건 수사 정보를 집요하게 요구해온다"면서 펑펑 울면서 하소연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2일 검찰·청와대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A씨는 청와대 파견 초기에는 상당히 들떠있었다고 한다. A씨는 청와대 파견 초기, 옛 검찰 동료 B씨와 두 차례 식사를 하면서 "새로운 일이 재미있다"고 했다는 것이다. A씨는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근무 경험이 있지만, 민정비서관실 근무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가 처음이었다. B씨는 "A씨가 순박하면서도 약간 공명심이 있는 사람이었는데, 초기엔 시쳇말로 약간 '업'된 상태였다"며 "이후엔 서로 바빠 다시 만나지 못했다"고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A씨는 백원우 별동대 업무의 위험성을 느끼고 이를 주변에 토로했다고 한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 C씨에 따르면, A씨가 작년 여러 차례 통화에서 "여기 정말 위험한 것 같다" "일하는 게 너무 위험해서 겁이 난다"고 했다는 것이다. C씨는 "정무(政務) 감각이 뛰어난 A씨가 본인이 하는 일에서 위험성을 감지하면서, 가급적 몸을 사렸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백원우 특감반'에서 근무했던 검찰 수사관 A씨가 지난 1일 오후 숨진 채 발견된 서울 서초구 한 사무실.

지난달 말 자유한국당 김도읍 의원실과 면담·통화한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에 따르면 A 수사관과 경찰관 등 2명으로 꾸려진 백원우 별동대는 다양한 인사를 접촉하면서 때론 '해결사' 역할도 했다고 한다. 세월호 사고 당시 경고를 받았던 해양경찰청 간부를 작년 9월 정부 포상 후보에서 제외하고 조사했던 것도 별동대 활동 가운데 하나로 알려졌다.

별동대가 작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울산으로 내려가 당시 김기현 시장 측근들에 대한 수사 상황을 점검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검찰이 수사를 시작했다. A씨도 올 초 울산지검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C씨는 "수사를 받고 나온 A씨가 '김기현 첩보를 봤는데, 경찰 양식이더라'고 지인들에게 말했다"며 "그는 정보 문건 생산을 담당했던 베테랑이었기 때문에, 한눈에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청와대와 경찰은 해당 첩보의 생성 과정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다.

A씨는 올해 2월 검찰로 복귀했다. 8월에는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로 배치됐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비위와, 그에 대한 감찰을 청와대가 무마했다는 의혹을 수사하던 부서였고, 수사가 본격화하던 시점이었다.

감찰 무마를 주도한 것으로 지목된 인물은 올 초까지 A씨 상관이었던 백 전 민정비서관이다. 'A 수사관을 해당 부서에 근무하도록 한 것은 수사 정보 유출을 방치한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유한국당 친문(親文) 게이트 진상조사위와 A씨 지인들에 따르면, 실제로 A씨가 유재수 수사팀에 배치된 뒤 민정수석실 근무 시절 상관이었던 청와대 한 고위 관계자가 수시로 연락해 수사 진행 상황을 캐물었다고 한다. 공무원이 직무상 비밀을 누설하면 2년 이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A 수사관은 압박감을 견디다 못해 "차라리 유재수 수사 정보를 알 수 없는 다른 곳으로 인사(人事)가 났으면 좋겠다"고 주변에 울면서 말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지검 관계자는 "수사를 잘해서 형사 6부에 배치한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다른 전직 청와대 관계자 D씨는 "A씨가 궁지에 몰리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별다른 구명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친정인 검찰마저 강하게 그를 수사하니 스스로 설 자리가 없다고 느낀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