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송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저자

얼마 전 출연한 팟캐스트에서 "독자들이 왜 북토크 같은 행사에 오는 것 같냐"는 질문을 받았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각지에서는 문화 행사와 모임, 강연이 열리고 참가자들이 자리를 메운다. 대부분 수도권 중심이라는 지역 불균등의 문제가 있지만, 지방 어딘가에서도 부지런히 판은 벌어진다. 왜 사람들은 시간과 에너지를 할애해서 어딘가에 가는 것일까? 확답 대신 조심스레 추측한다. 내가 그랬듯, 저 사람들도 '징검다리'를 놓는 중인지도 모른다고.

오래전부터 많은 모임과 행사를 돌아다녔다. 내가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해줄 사람을 찾아서, 내가 이상하거나 유별난 게 아니라는 확신을 얻고 싶어서, 비슷한 지점에서 웃고 함께 분노하는 초면의 사람들에게 애정과 신뢰를 느껴서.

어떤 행사는 실망스러웠고 어떤 행사는 그저 그랬으며 어떤 행사는 잊을 수 없다. 좋은 건 좋은 대로, 나쁜 건 나쁜 대로 나의 가치관, 취향, 감정, 존엄, 꿈, 재미를 만들고 깨고 조립했다. 행사의 내용은 시간이 지나면 잊히지만 내가 나를 좋은 곳에 데려가서,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들 속에 심어놓았던 순간의 기억은 남는다. 그리고 어느 날 세찬 물살 속에서 징검다리처럼 솟아오른다.

우리는 대부분 선택할 수 없는 환경에서 선별할 수 없는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간다. 같은 언어를 쓴다는 사실은 '대화의 희열'을 보장하지 않고, 타인은 자주 지옥이다. 나를 번번이 진창에 빠뜨리는 세상에서, 그런 기억과 시간은 나를 건지고 건네주는 힘이었다. 안 와도 사는 데 아무 지장 없고, 밥도 떡도 안 나오는 자리에 굳이 와 앉아 있는 사람들이 놓아준 돌 덕분에 산다. 나 역시 그 돌을 놓아주고 싶은 마음으로 일을 벌이고 돌아다니며 지낸다. 그러니까 이 짧은 글 역시 내가 부려놓는 작은 돌덩이, 스쳐 지나가도 좋고 발로 차도 좋다. 디디면 우리는 언젠가 만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