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양승동 사장이 2일,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 J'에 대해 "시청자들에게 공감받으려면 패널이 일방적으로 구성돼선 곤란하다"고 말했다. KBS의 수장(首長)이 해당 프로가 균형 감각을 잃었다고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양 사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KBS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도 패널로 나와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다른 시각을 갖고 얘기하는 출연자가 있어야 프로에 힘이 생긴다"며 "(제작진에) 균형 감각을 수시로 주문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성향이 다른 출연자는) 잘 안 나오려 해 안타깝다"면서, 마치 출연자들이 문제인 것처럼 여기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작년 6월부터 방송된 '저널리즘 토크쇼 J'는 정준희 한양대 신문방송대학 겸임교수, 팟캐스트 진행자 최욱,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정세진 아나운서 등이 출연해 줄곧 보수 성향 언론의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지난 9~10월에는 조국 전(前)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을 제기한 매체들을 집중적으로 비판하는 등 친(親)정부 논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지적을 받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대통령이 임명한) KBS 사장까지 균형을 잃었다고 볼 정도라면, 시청자들 눈에는 더 심각하게 비칠 것"이라는 취지의 분석이 나왔다.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사장까지 편향성을 의식하고 있다는 것은 해당 프로그램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정부 편향적 내용을 방송하고 있다는 말"이라며 "5개월도 안 남은 선거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KBS 자체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BS 내·외부에서 제기된 비판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 구조가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박웅기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KBS 내부가 분열돼 있어 안팎에서 나오는 비판이 잘 반영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 황용호 편성본부장이 "내년 수신료 인상을 위해 경쟁력 회복에 힘쓰고 있다"고 하자, 양 사장은 "수신료 인상보다는 KBS의 신뢰도 회복이 우선"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KBS는 지난달 7일 '전기요금과 합산 징수하는 KBS 수신료를 분리 징수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동의자가 20만명을 넘는 등 '수신료 거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양 사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독도 헬기 영상 미제공' '김경록 PB 인터뷰 축소 보도' 등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건에 대해서도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