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백원우 특감반' 수사관 죽음 원인으로 "오해와 억측" 거론하며 야당·검찰·언론탓
野 "숨진 수사관, 靑서 전화 많이 와 괴롭다는 심경 토로⋯국민은 '자살 당했다'고 말해"
檢, 사망 경위 규명키로⋯ A씨 휴대전화 내용 수사 주목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울산에 내려가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경찰 수사를 점검한 것으로 알려진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소속 검찰 수사관 A(48)씨가 숨진 것과 관련해 청와대와 자유한국당이 죽음의 배경을 두고 정면 대립했다. 청와대는 A씨 죽음이 "민정비서관실 업무와 관련된 과도한 오해와 억측 때문"이라며 야당과 언론, 검찰탓을 했다. 반면 한국당은 "A씨가 검찰 소환을 앞두고 청와대 전화에 괴로워했다"며 청와대의 압박이 죽음의 원인이 됐을 수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이 A씨 죽음과 관련한 경위를 규명하겠다고 밝혀 검찰 수사를 둘러싸고 A씨에게 어떤 외부 요인이 작용했는지가 밝혀질 지 주목된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

◇靑 "A씨, 민정비서관실 업무에 대한 과도한 오해와 억측에 심리적 압박 받은 듯"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A씨 죽음과 관련, "고인의 명복을 빈다"면서도 "민정비서관실 업무와 관련된 과도한 오해와 억측이 고인에 대한 심리적 압박으로 이어진 게 아닌지 숙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이유에서 그런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가 낱낱이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A씨가 현 정권 출범 후 지난 2월까지 근무했던 일명 '백원우 특감반'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하명 수사를 경찰에 지시했고, A씨가 울산까지 내려가 경찰의 수사 상황을 점검했다는 야당과 언론, 검찰의 의혹 제기는 터무니없고, 이것이 A씨에게 심리적 압박을 줘 극단적 선택에 영향을 줬을 것이란 주장이다.

고 대변인은 그러면서 "해당 검찰수사관을 포함한 2명의 특감반원이 직제상 없는 일을 했다든지 혹은 비서관의 별동대였다든지 하는 등의 억측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당시 특수관계인 담당을 했던 두 분은 대통령 비서실 직제령 등 법과 원칙 따라 업무를 수행했다"고 했다. 그는 "이 2명의 특감반원이 당시 울산시장 사건 수사를 점검했다는 언론 보도가 계속 이어지는데 이 역시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저희가 확인했지만 창성동 특감반원들은 울산시장 첩보 문건 수사 진행과는 일체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野 "A씨, 숨지기 전 靑서 전화 많이 와 괴롭다 토로"

반면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A씨는 최근 청와대 민정수석실로부터 전화가 많이 와서 괴롭다는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며 "국민들은 '자살 당했다'고도 말하는데, 이 정부 들어서 타살적 자살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가 A씨에게 모종의 심리적 압박을 가해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나 원내대표는 백원우 전 비서관 산하 특감반을 '백원우 별동대'라 부르며 "어떻게 하면 이 정권 측근들의 죄를 덮고, 상대편에게는 없는 죄를 뒤집어씌워서 끌어낼지 중상모략을 꾀하던 밀실"이라며 "(여권이 추진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축소판"이라고 했다. A 수사관이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울산에 가서 김기현 당시 시장의 비위 첩보를 수집했으며, 이렇게 가공된 첩보가 백 전 비서관과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을 거쳐 경찰에 넘어가 하명수사가 이뤄졌다고 한국당은 의심하고 있다.

한국당 곽상도 의원도 페이스북 글에서 "(A씨가) 청와대 재직 중 했던 업무가 아무런 문제나 범법 행위가 없다면 극단적 선택을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도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고인(A씨)을 비롯한 백원우 특감반이 고래고기 사건 때문에 울산에 내려갔다고 했는데, 노 실장 말대로면 고래고기 사건 때문에 고인이 목숨을 끊은 것"이라며 "이 말을 어느 국민이 믿겠는가"라고 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한국당 의원들이 2일 국회 로텐더홀 앞에서 '민주당 본회의 거부 규탄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檢 사망 경위 규명 주목

검찰은 A씨가 전날 검찰 조사 3시간 전에 숨진 채 발견되면서 수사에 일부 차질을 빚게 됐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 2월 검찰로 복귀해 수사관으로 근무해온 A씨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정식 조사도 받기 전에 숨진 만큼 검찰 수사를 앞두고 생긴 심리적 압박만으로는 그의 죽음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은 전날 A씨 죽음에 대해 "고인은 최근까지도 소속 검찰청에서 헌신적으로 근무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검찰은 고인의 사망 경위에 대해 한 점의 의문이 없도록 철저히 규명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누구와 전화 통화를 주고받았는지 등에 대한 수사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 한 전직 검찰 간부는 "고인의 휴대전화 등에 어떤 디지털 흔적이 남아있을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실제로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A씨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서울 서초경찰서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A씨 휴대전화를 확보하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