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의 '별동대'로 지목됐던 검찰 수사관 A씨가 숨지면서 검찰 수사가 차질을 빚게 됐다. 그가 또 다른 별동대 소속인 경찰 총경 B씨와 함께 청와대 하명(下命) 의혹 사건의 내용을 가장 잘 아는 핵심 인물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주변에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전화를 많이 받았다"며 괴로움을 토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올해 2월 유재수 부산시 전 경제부시장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으로 복귀해 근무하고 있었다. 청와대 관계자가 그에게 유 전 부시장 수사의 진행 상황을 물어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출두를 앞둔 그는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한 여론의 주목도가 높아지는 점에 대해서도 힘들어했다고 한다.

백원우 민정비서관 재직 당시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검찰수사관 A씨가 1일 숨진 채 발견된 서울 서초구의 사무실.

A씨는 최근에는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수사를 촉발한 '청와대발 범죄 첩보 문건'을 생성하는 데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받고 있었다. 검찰은 1일 그를 불러 백 전 비서관이 지난 2017년 9~10월쯤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에게 건넨 '울산시장 관련 첩보'를 직접 만들었는지 여부에 대해 물어볼 계획이었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A씨가 '나는 첩보 생산 과정에 관여한 바가 없다'고 지인들에게 말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특히 A씨 입장에서 이날 검찰에 출석하면 하명 수사 의혹과 관련한 과거 자신의 진술을 번복·해명해야 하는 상황이 심적 부담이 됐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그는 올 초 "김 전 시장 관련 수사와 관련해 울산에 내려간 적이 없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했지만, 지난 29일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민정비서관실 소속 감찰반원이 지방선거 직전 울산에 내려간 사실' 자체는 시인해버렸기 때문이다.

A씨는 검찰 내에서 '정보통'으로 분류됐다. 복수의 검찰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민정실에 파견됐을 정도로 범죄 정보와 관련해 특출난 능력을 보였다"고 전했다. 그는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에 들어갔다고 한다. 호남(전북 군산) 출신이라는 점 등도 작용했다고 한다. 검찰에서는 대검 범죄 정보, 서울중앙지검 특수·강력부 등에서 근무했다. 윤석열 검찰총장과도 친분이 있었다고 한다. 그가 자필로 남긴 메모 가운데는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미안하다'는 내용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고인은 오랫동안 공무원으로 봉직하면서 강한 책임감을 바탕으로 성실하게 근무해오신 분으로 이런 일이 발생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며,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A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에 대해 청와대 측은 이날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이니만큼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먼저"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기로 했다. 반면 야당은 "더는 이런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철저한 수사를 주문했다. 김현아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권력의 핵심까지 연관된 범죄가 아니라면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할 사람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필요가 있었겠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