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울증으로 병원 정신과 치료를 받는 20대 환자가 12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심각한 청년 실업과 이성 문제 고민, 가족 갈등으로 마음의 병이 생긴 청년층이 급증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29일 국회 이태규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병원에서 우울증 치료를 받은 환자는 2014년 58만8155명에서 지난해 75만1930명으로 28% 증가했다. 특히 20대의 증가율이 두드러졌다. 20대 우울증 환자는 같은 기간 4만9975명에서 9만8434명으로 97% 늘었다. 올 1~9월 우울증 치료를 받은 20대도 9만4245명에 달했다. 이 추세라면 올해 20대 우울증 환자는 12만5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한 해 30% 가까이 급증하는 것으로, 5년 전의 2.5배다.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교수는 "20대 초반은 이성 관계나 부모와의 갈등, 20대 후반은 취업 고민이나 정서 불안 때문에 우울증 환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학교 등을 중심으로 우울증 대처 요령, 생명 존중 교육이 확산하면서, 우울증을 방치하는 대신 적극적으로 정신과를 찾겠다는 '자각'이 생긴 20대가 예전보다 늘어난 측면도 있다"고 했다.

20대 조울증 환자도 2014년 1만1844명에서 지난해 1만7458명으로 47% 늘었다. 증가율은 전체 연령대(24%·7만5616명→9만4129명)의 배 수준이다. 조울증은 우울한 기분이 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자주 생기는 우울증과 기분이 들뜬 상태인 조증이 번갈아 나타나는 증상이다. 특히 올 1~9월 20대 조울증 환자는 1만7763명으로 지난해 연간 환자 수를 넘어섰다.

지난달 가수 설리와 이달 가수 구하라 등 유명 연예인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우울증과 이에 따른 모방 자살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전 교수는 "우울증 등의 증세가 있는 사람이 정신과 치료를 받은 일은 권장할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의 항우울제 소비량은 22DID(인구 1000명당 하루 복용량)에 그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63DID)의 35%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