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입을 열 때마다 화살이나 독침이 나가는 것만 같습니다. 이처럼 우리 사회가 어느 때보다 더 심리적, 정신적, 물리적으로 분열된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28일 서울 종로구 서울YMCA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10회 민세상 시상식. 사회통합부문 상을 받은 송경용(59)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이사장은 수상 소감에서 무겁게 입을 열었다. 민세상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언론인·역사가로 활동하며 좌우 통합과 열린 민족주의를 주창했던 민세(民世) 안재홍(安在鴻·1891~1965) 선생을 기리기 위해 2010년 제정된 상이다. 민세는 조선일보 주필·사장을 지냈고 좌우를 아우른 민족운동 단체인 신간회 총무간사를 맡았다.

28일 민세상 시상식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창균 조선일보 논설주간, 정장선 평택시장, 강지원 민세안재홍선생기념사업회장, 수상자인 송경용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이사장과 정윤재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이홍구 전 국무총리, 이세중 환경재단 명예이사장. 뒷줄 왼쪽부터 김기철 조선일보 학술전문기자, 서경덕·김향순 민세안재홍선생기념사업회 부회장, 이진한 고려대 교수, 민세 손자인 안영돈·영진·영운씨, 손녀인 안혜초씨, 김성수 성공회 주교.

송 이사장은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30년간 살아오면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마음에 새겼던 세 가지 단어가 있다"면서 '이웃' '나눔' '희망'을 꼽았다. 성공회 신부인 송 이사장은 1980년대 상계동 판자촌에서 야학과 빈민 지원 사업을 시작으로 소외받은 사람들을 위해 헌신해왔다. 그는 "통합과 포용을 강조했던 민세 정신이야말로 우리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지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저소득층·노숙인 등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범한 사단법인 '나눔과 미래' 회원들이 '시민 사회의 꽃청춘, 송경용 가즈아(가자)'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흔들기도 했다. 송 이사장은 이 법인 이사장도 맡고 있다.

학술연구 부문 수상자인 정윤재(65)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는 "분단 이후에도 이념 갈등이 일상화된 현실에서 학자들은 사회적 통합의 책무를 지니고 있다"면서 "그런 학자들이 편을 갈라서 싸움하는 자들의 말을 듣고 와서 그대로 전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민세의 정치사상과 리더십 연구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또 지난 40년간 안재홍을 비롯한 근현대 민족 지도자 연구에 매진해서 '안재홍에 관한 최고 권위자'로 불린다. 정 교수는 "민세는 한국 현대사의 큰 별이었으며 미래의 한국까지도 환하게 비출 사상가"라며 "민세 정신을 기리는 상을 받게 된 것을 게으른 비재(菲才)를 반성하라는 채찍으로 달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이날 시상식이 열린 서울YMCA회관 대강당은 1927년 신간회 창립식이 개최됐던 역사적 장소다. 민세상 시상식은 민세안재홍선생기념사업회(회장 강지원) 주최, 평택시 후원, 조선일보사 특별 후원으로 열린다. 시상식에는 강지원 회장, 서경덕·김향순 부회장, 고문인 김경희 지식산업사 사장, 정장선 평택시장, 심사위원인 이진한 고려대 교수, 역대 민세상 수상자인 김성수 대한성공회 주교와 이세중 환경재단 명예이사장이 참석했다. 또 민세 선생의 손자인 안영돈·영진·영운씨와 손녀 안혜초씨, 이홍구 전 국무총리, 소설가 김훈씨, 이택휘 전 서울교대 총장, 박충석 이화여대 명예교수, 이문원 전 독립기념관장, 조선일보 김창균 논설주간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