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올해도 수백조원짜리 예산안을 밀실에서 심사하는 관행을 되풀이하게 됐다. 여야는 이를 고쳐보겠다며 속기록 작성, 회의 내용 공개 등에 한때 잠정 합의했었지만, 이런 방식으로 심사를 진행하기로 한 지 하루 만에 원래의 '깜깜이 심사'로 돌아갔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각 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전해철·자유한국당 이종배·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은 28일 오후 국회에서 비공개 '소(小)소위원회'를 열어 513조5000억원 규모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재개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예산안은 각 상임위원회에서 예비 심사, 예결위에서 본 심사를 받게 돼 있다. 그러나 의원 15명으로 구성된 예결위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예산소위)에서 진행하는 심사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경우, 논의를 효율적으로 진행한다는 구실을 들어 예결위 여야 간사와 기획재정부 관계자만이 참석하는 '소소위'를 따로 구성해 비공개 심사를 진행하곤 했다. 이 소소위는 법적 근거도 없고 속기록도 남기지 않아 여야 간 어떤 '흥정'이 이뤄졌는지 확인하기 어렵고, 이 때문에 '밀실 심사'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간사 본인 또는 당 실세들의 지역구 예산을 챙기는 경우가 잦아 '쪽지 예산의 무대'라는 지적도 있다.

올해도 여야는 지난 11일부터 22일까지 예산소위에서 감액(減額) 심사를 진행했으나 173건에 대해서만 삭감에 합의했고 478건은 여야 이견으로 결정을 보류했다. 그러고는 소소위를 구성해 보류 안건에 대한 심사와 증액 심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소소위 구성에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여야는 올해부터 속기록을 남기고, 회의가 끝난 뒤 언론에 내용을 브리핑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27일 이런 조건으로 소소위를 열고 나자 일부 의원이 속기록 작성에 다시 반대하고 나섰고, 결국 여야는 28일 소소위 공개 결정을 뒤집었다. 속기록을 남기지 않고 비공개로 심사를 진행하는 '깜깜이 심사' 관행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이에 대해 3당 간사들은 아무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