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사건 일부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판단하라고 판결했다. 박 전 대통령 형량(刑量)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28일 국정원 특활비 사건으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5년과 추징금 27억원을 선고한 2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특활비 사건은 박 전 대통령이 2013~ 2016년 이재만·안봉근·정호성 비서관 등 이른바 '문고리 3인방' 측근들과 공모해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총 35억원의 특활비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앞서 1심은 특활비 35억원 중 33억원에 대해 국고손실죄를 적용해 징역 6년과 추징금 33억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1심이 유죄로 인정한 33억원 중 27억원만 국고손실 피해액으로 보고, 나머지 6억원은 횡령죄를 적용해 징역 5년, 추징금 27억원으로 감형했다.

국고손실죄는 법령이 정한 '회계관계직원'이 국고에 손실을 입힐 때 적용할 수 있다. 2심은 국정원 내규에 따라 기조실장만 회계 관계 직원으로 인정해 이헌수 전 기조실장 등과의 공모 관계가 인정된 특활비만 국고손실죄를 적용해 감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국정원장은 특활비 집행 과정에서 직접 사용처, 지급 시기와 지급 금액을 확정하고 특활비를 실제 지출하도록 한다"며 국정원장 역시 회계 관계 직원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또 원심이 무죄 판결한 이병호 전 원장이 건넨 특활비 2억원 역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파기환송심 결과에 따라 박 전 대통령 형량은 다소 늘어날 전망이다. 박 전 대통령은 새누리당 공천 불법 개입 혐의로 징역 2년이 확정됐고, 2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은 국정 농단 사건은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다.

한편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 역시 이날 "국정원장은 회계 관계 직원이 아니다"라며 일부 혐의를 무죄로 인정해 감형했던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의 2심을 파기환송했다. 징역 2년~2년 6개월을 선고받은 이들의 형량도 늘어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