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5배 늘리라는 미국의 압박과 관련, 뉴욕타임스가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터무니없는 요구는 미국의 신뢰를 의심케 하는 모욕"이라며 "동맹을 '돈'으로만 바라보면 미국의 안보·번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런 접근법은 미군을 영리 목적 용병으로 격하하고 있다"고도 했다. 같은 날 미 전직 고위 당국자들은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미국의 욕심에 대한 한국인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고 했고, 하원 외교위원장은 "동맹을 해칠 가능성이 있는 매우 어리석은 일"이라고 했다.

미국 조야(朝野)에서 방위비 협상에 대해 이런 비판이 쏟아지는 것은 트럼프의 상식 밖 동맹 훼손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트럼프의 압박은 뉴욕타임스 사설 제목처럼 '루즈-루즈(lose-lose)', 즉 승자는 없고 모두를 패배자로 만들 뿐이다. 주한 미군은 한국 안보만 책임지는 것이 아니다. 동북아 지역 안정을 꾀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도 부합한다. 주한 미군에 대한 한국의 기여도도 결코 적지 않다. 시설과 용지의 무상 제공, 세금 감면 등까지 고려하면 한국의 분담률은 60~70%에 달한다. 평택 새 미군 기지 건설 비용 12조원 중 91%를 한국이 냈고, 한국은 매년 미국 무기 6조~7조원어치를 구입하고 있다. 이처럼 주한 미군이 공동의 이익과 가치에 부합하기 때문에 양국은 서로 존중하며 '윈-윈' 해왔는데, 트럼프가 이런 신뢰를 뿌리부터 흔들어 놓았다.

트럼프의 요구 '50억달러'는 아무 근거도 논리도 없이 억지로 액수를 끼워맞춘 것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한·미 동맹의 중요성, 한국의 기여도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미 행정부 수뇌부까지 '트럼프식 압박'에 동참해 왔다. 방위비 협상 미국 측 대표가 1시간 만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미 대사가 주재국 의원들을 압박하는 외교적 무례를 서슴지 않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가 한·미·일 삼각 안보 체제의 기본 틀인 지소미아를 파기하려 한 것도 빌미를 줬을 것이다. 우리 정부가 지소미아 폐기 카드를 사실상 철회한 것을 계기로 미국도 터무니없는 요구를 거둬들이고 한·미 동맹을 제자리로 돌려 놓아야 한다. 돈 문제로 66년 동맹이 금이 가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