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민주화 세력 시대적 역할 끝나…2030의 젊은 정치 만들어야"
"내 자신이 상한 건더기…신당 창당, 밖에서 지원만 하겠다"
'구심점 없어 현실성 떨어진다' 지적엔 "'메시아 정치' 이제 끝나야"
朴 전 대통령에 대해선 "공격하든 활용하든, 어느 누구도 해 끼치는 일 말아야"

내년 4·15 총선이 5개월 남짓 남겨두면서 정치권 이곳 저곳에서 신당(新黨) 창당 움직임이 일고 있다. 현재 바른미래당 내 유승민계·안철수계 의원 15명으로 구성된 '변혁'과 민주평화당에서 탈당한 의원 등 10명으로 이뤄진 '대안신당'이 신당 창당 추진 방침을 밝혔다. 무소속 이언주 의원은 '보수4.0'이란 이름의 신당 창당 추진을 선언했다.

옛 집권 새누리당 대표를 지낸 무소속 이정현 의원도 신당 창당 뜻을 밝히고 나왔다. 이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자 새누리당 대표에서 물러나 2017년 1월 2일 탈당했다. 그는 탈당하면서 "직전 당대표로서 모든 책임을 안고 탈당한다", "당의 화평(和平)을 기원한다"고 했다. 이후 2년이 넘도록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다 총선을 5개월 앞두고 신당 창당을 내걸고 다시 나타났다.

무소속 이정현 의원이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 한 카페에서 신당과 관련한 구상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 한 카페서 만난 이 의원은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내 '변혁'(유승민·안철수계 의원 모임·15명) 통합에 대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30~40년 자유한국당을 지지한 사람들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유승민계와의 통합을 절대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시대적 역할은 끝났다. 그런데 계속 두 세력의 후예들이 '산업화·민주화 팔이'를 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정치"라며 "완전히 새로운 정치 세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기성 정당의 틀 안에서 선거를 앞두고 물갈이 하는 수준으로는 안 된다"며 "정치판 자체를 갈아엎어야 한다"고 했다. 이른바 '판갈이론(論)'이다.

이 전 대표는 18대 때 비례대표로 당선된 이후 19대·20대 총선 때 보수 진영에는 불모지와 같은 전남 순천에서 재선을 했다. 그 여세를 몰아 2016년8월에는 집권당인 새누리당 대표에도 당선됐다. 하지만 당대표 선출 1년여만에 국정농단 사태를 맞았고 당대표직을 내려놓고 쫓기듯 새누리당을 탈당했다.

그런 그는 한국 정치를 상한 국이 담긴 그릇에 비유해 설명했다. 그릇은 정당이고, 그 안에 담긴 건더기는 정치인이란 것이다. 그는 "상한 국에서 국물을 갈아도 어차피 다시 상한다. 국을 그릇째로 새로 갈아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화·민주화의 후예인 한국당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5개 정당에 대해 국민적인 피로감이 높다"고도 했다.

이 의원의 구상하는 신당은 '테크노크라트(전문 관료)'와 40세 이하 젊은 세대가 주축이 된 정당이다. 이 의원은 "외교가 대한민국에 정말 중요한데, 국회의원 300명 중 현재 외교관 출신이 한 명도 없다. 또 4차 산업혁명이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데, 국회에 전문성 있는 의원을 찾아보기 힘들다. 변호사, 운동권, 고시 출신이라는 기존 국회 인적자원으로는 구태 정치가 지속될 뿐"이라고 했다.

그는 이를 위해 "40세 이하를 180명(국회 정원의 60%) 이상 공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임(미생모)'라는 조직을 전국에 3000개쯤 만들어 정치 세력화한 뒤, 40세 이하와 전문가들을 대대적으로 영입해 정치 세력화한 뒤, 신당을 창당할 것이라고 했다. '미생모'가 수면 위로 올라오는 시점은 "내년 1월 말이나 2월 초"라고 했다.

이 의원이 박 전 대통령의 '복심(腹心)'이라 불렸다. 이 때문에 이 의원이 젊은 세대가 주축이 된 신당 창당을 말하는 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도 정치권에서 나온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내 자신이 상한 건더기라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라며 "신당 창당을 밖에서 지원을 할 뿐이고, 이후 신당에서 허락하면 입당하겠지만, 허락하지 않으면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의원이 신당을 창당하더라도, 현실적으로 구심점이 될 유력한 대선 주자가 없으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메시아 정치에 익숙해져 있다"며 "특정인 위주로 정당이 돌아가는 계파정치, 파벌정치는 이제는 하면 안 된다"라고 했다.

이 의원은 자신이 창당하는 신당의 지향점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그의 정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에서 찾았다. "마크롱 대통령을 중심으로 당이 만들어진 게 아니라, 프랑스의 전진을 목표로 젊은 사람들이 모여서 토론하는 과정에서 마크롱이라는 사람이 추대가 된 것"이라는 게 이 의원의 설명이다.

이 의원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언급을 삼갔다. 그러나 보수 대통합이 야권에서 중요한 이슈가 돼 있고, 이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느냐에 따라 내년 총선에서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할 말이 하늘의 별같이 많지만, 지금은 말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느 누구도 그분을 공격하든, 정치적으로 활용하든, 해를 끼치는 일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