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한국에 50억달러 '방위비 폭탄'을 청구했지만, 정작 우리 군이 외부 도발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데 필요한 핵심 무기들은 한국에 판매조차 하지 않고 있다. 특히 대북 감시·정찰 자산 부족은 우리 군의 최대 취약점으로 지적된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핵·미사일 감시를 위해서는 군사위성과 첨단 정찰기 등 정밀한 정찰무기가 필요한데, 미국이 일절 판매를 불허하고 있다"며 "감시·정찰 분야는 기술 격차도 커 자체 기술 개발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군 안팎에서는 방위비 협상 과정에서 북 도발에 맞설 핵심 무기 판매를 요구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미국이 한국에 팔지 않는 대표적인 것은 정찰위성이다. 군 관계자는 "정찰위성을 2023년까지 전력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지만, 그때까지 기술 개발이 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미국은 판매는 물론 임대마저 해주지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 군은 지난 2017년 미국이 정찰위성을 임대해주지 않자 이스라엘, 독일, 프랑스로부터의 위성 임차를 추진했지만 그마저도 성사되지 못했다.

군 통신위성도 사정은 비슷하다. 미 록히드마틴은 F-35A 납품 업체로 선정된 뒤 통신위성을 발사해 주기로 했지만, 그것은 미국산이 아닌 유럽산이다. 미 정부가 위성을 팔지 못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록히드마틴이 에어버스사의 군 통신위성을 구매해 대신 쏘아주는 것이다. 군용 정찰·통신위성은 고도의 기술이 요구된다. 군 정찰위성은 민간 위성보다 고성능의 카메라와 전자광학 기능이 필요하다. 군 통신위성 역시 민간용보다 높은 전력이 요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북한의 도발을 감시하기 위해 한반도 인근에서 자주 정찰 활동을 하는 RC 계열의 정찰기 역시 미군이 우리에게 팔지 않는다. RC-135S(코브라볼), RC-135W(리벳 조인트) 등은 첨단 광학·전자 센서와 통신 장비를 갖추고 있으며,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탄두 재진입 정보 등을 추적할 수 있다. 우리 군은 미국으로부터 고고도 무인정찰기(HUAV) 글로벌호크를 들여올 예정이지만, 이 과정에서도 잡음이 있었다. 군 관계자는 "처음에 미군이 글로벌호크의 신호 정보 기능을 팔 수 없다고 해 어려움이 있었다"며 "나중에야 신호 정보도 팔겠다고 했지만, 이미 국내 개발에 들어간 상황이라 결국 신호 정보 기능은 사오지 못했다"고 했다. 신각수 전 외교부 1차관은 "향후 전시작전권 전환을 위해서라도 감시·정찰 자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미국에 이런 것들을 팔라고 요구할 명분이 있다"고 했다.

판매 제약에 걸려 있는 첨단 공격 무기도 이번 기회에 거론할 필요가 있다. 스텔스 전투기인 F-22 랩터가 대표적이다. 미군은 보급형인 F-35 전투기는 한국에 팔았지만 F-22에 비하면 성능이 떨어진다. 특수전기인 MC-130 도입 역시 군의 숙원 사업이지만, 미국으로부터 판매 불허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MC-130은 특수전에 필요한 다양한 교란장치 등이 장착돼 있다. 우리 군은 MC-130 도입이 좌절되면서 C-130 수송기 개량 사업을 추진했는데, 그 과정에서 미군이 미사일 교란 장치(DIRCM)를 팔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형 전투기(KFX)에 탑재될 공대지·공대공 미사일 역시 미국으로부터 도입을 추진했지만 좌절됐다. 군 관계자는 "KFX 개발 일정과 맞지 않아 도입을 못 한 것"이라고 했지만, 군 안팎에서는 전투기 탑재 신형 미사일은 한국에 팔지 않는다는 미 정부 기조가 반영된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유럽산을 도입할 경우 미국 무장체계를 주로 사용하는 공군 입장에서는 무기체계를 따로 관리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핵무기 계열 무기의 도입은 원천 봉쇄됐다. B-61 전술 핵폭탄은 전략무기가 아니지만 한국이 미국에 요구할 수 없는 물품 리스트에 포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