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 의회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조사하기 위해 연 2주간의 탄핵 공개 청문회가 21일(현지 시각) 일단락됐다. 1973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전국에 생중계된 탄핵 청문회로, 트럼프의 부적절한 외교 압박에 대한 전·현직 공직자들의 폭로성 증언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미 양극화된 정치 여론 구도를 뒤집을 만한 '결정적 한 방'은 없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청문회의 핵심 쟁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민주당 유력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 관련 수사에 나설 것을 종용했는지, 그 대가로 4억달러(약 4800억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군사 원조를 연계했는지였다. 총 12명의 증인이 의회 증언대에 섰다.

①"우크라이나 압박했다"=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이 우크라이나에 바이든 전 부통령을 수사하도록 압박을 가했다는 사실은 명백해졌다. 고든 손들런드 EU 주재 미 대사는 20일 청문회에서 "대통령의 지시로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인 줄리아니와 함께 우크라이나에 부리스마(바이든 아들이 재직한 회사)를 수사하도록 압력을 가했다"고 증언했다. 우크라이나 주재 정무참사관 데이비드 홈스도 "트럼프가 '젤렌스키가 조사할 것 같으냐'고 묻자 손들런드 대사가 '그는 당신이 요구하는 건 뭐든지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트럼프와 젤렌스키의 통화를 직접 들은 알렉산더 빈드먼 육군 중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수사 요청'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명령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라고 했다.

②"퀴드 프로 쿼 있었다"=우크라이나에 바이든 수사를 압박하며 군사 원조를 조건으로 사용했는지 여부인 '퀴드 프로 쿼(quid pro quo·주고받기식 대가)'도 거의 밝혀졌다. 대통령이 국가 안보 사안을 자신의 정적(政敵) 수사에 활용했다면 탄핵 사유가 되기에 이 문제는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핵심 사안이다.

손들런드 대사는 "명백한 대가성이 있었다"고 했고, 윌리엄 테일러 우크라이나 대사대행도 "국내 정치에 이용하기 위해 외국 군사 지원을 보류하거나 조건을 거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증언했다. 실제 미 국방부는 6월 18일 우크라이나 군사 원조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를 3개월가량 미루다 9월 11일에서야 원조를 집행했다.

③스모킹건은 안 나와=그러나 트럼프가 바이든 수사와 우크라이나 군사 원조를 연계하도록 직접 지시했다는 명백한 증거를 보여주는 육성 물증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소통하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존 볼턴 전 NSC 보좌관 등 거물들이 의회 소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공개 청문회 첫날 TV 시청자 수(닐슨 기준)는 전국 1300만명이었으나 둘째 날 1290만명, 셋째 날 1200만명으로 점점 줄었다. 탄핵 여론도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갈린 채 그대로다. 21일 나온 미 에머슨대 여론조사에선 탄핵 찬성 43%, 반대 45%로, 지난달 찬성 48%, 반대 44%에서 오히려 반대가 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