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영국 언론은 조선을 어떻게 봤을까?|최성락 지음|페이퍼로드|216쪽|1만5800원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170여 년 역사의 경제 주간지. 경영학 교수인 저자는 이 잡지가 구한말과 일제강점기의 한국을 어떻게 묘사했는지 궁금해서 한국과 일본의 도서관을 뒤졌다. 이코노미스트의 당시 기사를 번역하고 해설을 붙인 결과물이 이 책이다.

"러시아와 일본의 이익이 극동 아시아에서 충돌하고 있다. 이해관계의 충돌은 결국 두 제국을 분쟁으로 이끌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의 이 기사가 놀라운 건 시점 때문이다. 1904년 러일전쟁이 발발하기 5년 전인 1899년 11월 18일 자다. 당시 유럽에서는 러시아와 일본의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예상했던 것이다. 이 잡지는 "유럽의 무기를 블라디보스토크로 옮겨줄 러시아 철도는 완공까지 3년은 남았고, 완성되더라도 제대로 된 수송을 시작하려면 1년의 기간은 더 필요할 것"이라고도 예측했다. 실제 5년 뒤 전쟁이 발발했다.

책을 읽으면, 구한말 한국이 해외 열강의 눈에 어떻게 비쳤는지 깨닫게 된다. 19세기 개항 이후 한국이 가장 많이 수입한 물품은 영국산 면직물이었다. 청나라와 일본 상인들이 인도를 통해 무역 거래를 했다. 한국은 식량 부족에도 쌀을 수출해야 했다.

베틀에서 베를 짜고 물레를 돌려 실을 뽑는 여인들의 모습을 담은 우편 엽서. 조선에서도 목화를 이용한 면직물이 생산됐지만, 대량 생산으로 들어온 수입품을 이길 수는 없었다.

풍전등화의 처지가 된 구한말 한국에 대해 이코노미스트는 일말의 동정심도 내비치지 않는다. 1910년 한·일 강제 병합 1년 전인 1909년 이 잡지는 "조선은 차라리 외국으로부터 현대적 행정 시스템의 도움을 받는 것이 조선 국민의 이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격동의 한반도는 1세기 전과 얼마나 다른지 되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