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수 전 국군 기무사령관이 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 실질 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검찰이 고(故)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관처럼 자진해서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출석하는 피의자에 대해 수갑과 포승(밧줄)을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검찰은 작년 12월 3일 법원의 영장심사를 받기위해 자진 출석한 이 전 사령관에게 수갑을 채우고 포토라인 앞에 세웠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영장심사 결과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 전 사령관이 나흘 뒤인 7일 극단적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구속 여부도 결정되지 않은 피의자에게 수갑을 채운 것은 검찰이 망신주기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불렀다.

대검찰청은 오는 25일부터 대검 예규인 '체포·호송 등 장비 사용에 관한 지침'을 이 같이 개정하기로 결정했다고 24일 밝혔다. 대검 관계자는 "장비 사용에 따른 인권침해 소지를 없애기 위해 지침에 명시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8일 일선 검찰청에 개정된 내용대로 "원칙적으로 수갑과 포승 등 장구를 사용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이번 개정 지침에 따르면, 영장심사에 자진출석한 피의자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수갑 등을 사용하지 않고 심문 전후 과정에서 도주 우려가 발생하는 등 사정변경이 있을 때만 예외적으로 장비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수차례 영장심사에 불출석하는 등 심사 출석을 강제하기 위해 구인영장을 집행한 경우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검찰은 그동안 뚜렷한 기준없이 수갑을 사용해 여러 논란을 불렀다. 유독 전(前) 정부 시절 적폐청산 관련 피의자에 대해서만 수갑을 채우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지난해 10월 댓글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구속영장 실질 심사를 받은 박원동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도 수갑을 차고 법원에 나왔고, 군 기무사령부의 댓글 공작과 관련해 지난 5월 영장 실질 심사를 받은 배득식 전 기무사령관도 그랬다.

반면 최근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구속영장 실질 심사를 받은 박병대·고영한 두 전직 대법관은 수갑을 차지 않았고, 김경수 경남지사와 안희정 전 충남지사 역시 수갑을 차지 않았다. 최근 구속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내 정경심(57)씨도 영장심사 전후 수갑을 차지 않았다. 국가인권위는 "수갑 사용과 같은 행위를 행정명령으로 규정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은 법률로서만 제한된다는 법률 유보 원칙에 위배된다"고 법무부 장관에게 권고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