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벤다졸 먹고 5일을 진통제 없이 견뎠어요. 직장 통증이 줄고 변도 잘 나옵니다."

직장암 말기 환자 A씨는 지난 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안핑거'에 이런 내용의 영상을 올렸다. 펜벤다졸은 암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소문이 난 개 구충제다. A씨는 9월부터 펜벤다졸을 복용하면서 이렇게 후기를 남겼다. 그의 영상은 펜벤다졸 효능을 믿는 이들에게 '펜벤다졸 복용의 정석'으로 불린다. 이날 올린 영상만 조회 수가 36만 회를 넘었다. A씨는 13일 세상을 떠났다. 사인(死因)은 '직장암'이 아닌 '뇌경색'이었다고 유족은 전했다. 그의 영상은 각종 암 환자 커뮤니티에서 지금도 공유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대한의사협회 등 전문가들이 펜벤다졸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지만, 유튜브를 타고 번지는 펜벤다졸 열풍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9월 펜벤다졸의 암에 대한 효능설(說)이 처음 제기된 미국에서도 확산의 매개체는 유튜브였다. 유튜브에 펜벤다졸을 검색하면 A씨처럼 복용 방법과 후기를 남긴 국내 영상만 300여개가 쏟아진다. 덕분에 국내 펜벤다졸 재고가 동나며 암 환자 커뮤니티 등에서 해외에서 구해온 펜벤다졸 20알이 원래 가격 3배인 7만~8만원대에 팔리고 있다. 이처럼 유튜브는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의 확산 통로가 되고 있다. 요즘 20~30대 여성 사이에서는 '뮤잉 운동'이라는 혓바닥 운동법이 유행이다. 힘을 줘 혀를 입천장에 강제로 붙이면 얼굴 골격이 바뀌어 주걱턱 등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9월 '뮤잉 도전'이라는 제목으로 유튜브에 올라온 한 영상은 조회 수 39만 회를 넘겼다. 치의학 전문가들은 "성장기가 지난 어른이 혀 위치를 바꾼다고 골격이 바뀔 가능성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해외에서도 이러한 '의료 가짜 뉴스'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다. BBC 가짜 뉴스 탐사보도팀은 9월 "영어, 독일어 등 10개 언어로 녹화된 의료 유튜브 영상을 조사한 결과 잘못된 영상을 80개 넘게 찾아냈다"며 "'베이킹소다로 암 치료하기' '당나귀 젖에 있는 항암 효과' 등의 영상들이 조회 수 100만을 넘어서며 허위 치료 영상으로 광고비를 벌고 있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