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인·아동, 지방자치단체 등에 무상으로 지급하는 '국고(國庫)보조금'이 문재인 정부 들어 26조원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고보조금 중에서도 기초연금, 아동수당처럼 법에 명시돼 무조건 지급해야 하는 '의무지출'의 증가 속도가 가팔라 재정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17일 기획재정부가 바른미래당 김성식 의원에게 제출한 '2014~2020년 국고보조금 추이' 자료에 따르면, 내년에 정부가 지출하는 국고보조금(예산안 기준)은 총 86조1358억원이다. 국고보조금은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자체와 민간의 국민 생활 관련 사업에 대해 국가가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다. 기초연금·아동수당, 의료·생계급여, 영·유아 보육료 등의 복지 사업을 비롯해 상수도 시설 확충·관리, 민자 철도 운영, 도시 재생 등의 각종 정비 사업들에 국고보조금이 투입된다.

국고보조금은 문재인 정부 들어 빠르게 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이래 내년까지 3년간 국고보조금은 26조5137억원 늘었는데 이는 그 이전 3년(2014~2017년)간 증가액 7조830억원의 3.7배에 달하는 규모다. 더 큰 문제는 국고보조금 중에서도 의무지출의 증가 속도가 재량지출보다 훨씬 빠르다는 점이다.

의무지출 대상은 기초연금, 의료급여, 영·유아 보육료처럼 법에 따라 지출 의무가 생기고, 규모가 정해지는 사업으로 폐지하려면 법 개정을 해야 한다. 반면 재량지출 대상 사업은 '일자리 안정자금'처럼 정부와 국회가 재량권을 갖고 예산을 편성하거나 심의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3년간(2017~ 2020년) 의무지출은 12조4084억원(24조582억→36조4666억원) 늘어 증가율이 50%를 넘어섰다. 같은 기간 재량지출은 14조1053억원(35조5639억→49조6692억원) 늘어 39.7%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저출산이 심화하고, 고령 인구가 늘어나면서 복지 성격의 의무지출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선거를 의식한 '표(票)퓰리즘' 정책까지 더해져 재정 건전성이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는 "다음 정권이 떠안아야 할 가장 큰 후유증이 '재정 팽창'일 것"이라며 "표를 노린 '현금 복지'는 한번 시작하면 돌이키기 힘들다"고 말했다.

현 정부가 얼마나 무리하게 재정을 쏟아붓고 있는지는 '마이너스 통장' 격인 재정증권 발행액이 올해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재정증권은 정부가 일시적인 부족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하는 단기 유가증권으로 연내에 갚아야 한다. 정부가 일종의 급전(急錢)을 빌리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올해 재정증권 누적 발행액이 49조원에 달해 관련 자료를 파악할 수 있는 2011년 이후 최대치다. 지난해에는 2조원에 불과했는데 불과 1년 만에 25배 가까이로 증가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