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지식 문화사

윤희윤 지음|동아시아|476쪽|2만5000원

아라비아반도의 한 소금호수 주변 동굴에서 발견된 오래된 항아리 안에서 파피루스 두루마리가 발견됐다. 파피루스가 책, 항아리가 서고라면, 동굴은 도서관이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인들은 그들이 찾아낸 지식을 점토판에 쐐기문자로 기록했다. 아시리아의 왕 아슈르바니팔이 왕립도서관을 세워 점토판을 보관했다.

지난 6000년간 인류는 지식을 찾아내고 기록하고 보존했다. 그 오랜 지식 저장의 역사를 문헌정보학자인 저자가 10년에 걸쳐 조사해 책에 담았다. 중세 도서관 역할은 유럽에선 수도원이, 중동에선 모스크가 담당했다. 오스트리아의 멜크 수도원이 대표적이다. 훗날 움베르토 에코가 이 수도원 부설 도서관을 방문한 뒤 소설 '장미의 이름'의 영감을 얻었다. 모스크 도서관은 종교시설인 동시에 병원, 목욕탕, 여관, 시장 기능까지 맡았던 사실상의 마을이었다. 소수 성직자 엘리트 계층의 지식 독점에 기여하던 중세 도서관이 근대 이후 공공도서관으로 거듭나고 지식 확산에 나서는 과정도 흥미롭다.

노르웨이 베네슬라 도서관의 문화센터. 고래 갈비뼈를 형상화한 디자인으로 눈길을 끈다.

우리 역사 속 도서관은 '고구려 보장왕 4년(서기 645년) 평양에 쳐들어온 당나라군이 궁궐과 장문고(왕실 도서관)를 불태웠다'는 기록에서 처음 나타난다. 1906년 불붙었던 '대한도서관' 설립 운동이 일본의 국권침탈로 좌절되며 미완의 국립도서관으로 남은 사연도 들려준다.

인터넷 사용이 보편화하면서 도서관보다 검색엔진이 친숙해진 시대다. 커피 체인점을 앞세운 카페 분위기 도서관부터 서점 기능을 더한 퓨전 도서관까지, 모바일 시대에 맞춰 변신을 거듭하는 현장도 중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