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위한 인문학

노은주·임형남 지음|인물과사상사|284쪽|1만6000원

"집은 생각으로 짓고 시간이 완성하는 생명체 같은 것이다. 집에는 가족이 나누던 온기와 생활의 흔적과 미래에 대한 생각이 담긴다. 사람들이 떠나거나 집이 사라지더라도 집에 쌓인 시간과 생각은 그대로 남는다. 그렇게 집은 생명력을 얻고 영원히 기억된다."

부부 건축가가 집에 대한 생각을 친근한 필치로 풀어냈다. 직접 설계한 집부터 우리 궁궐과 고택, 르코르뷔지에가 자신의 거처로 지었던 오두막에 이르기까지 이야기의 폭이 넓다. 그 집들을 순례하며 역사, 문학은 물론 목수의 꿈에 나타난 옛집의 성주신처럼 "도저히 설명이 되지 않는 신기한 일"까지 넘나드는 집의 인문학이다.

이야기는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어떤 집이 좋은 집인가?" 집이란 밖에서 시달리다가도 돌아가 쉴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단지 넓다거나 새로 지었다는 사실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며 "무릎 나온 트레이닝복처럼 헐렁하고 편안한 집"이어야 한다. 전 국민이 집값에 목을 매는 시대에 곱씹어볼 만한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