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에 찬 홍콩 시위대가 홍콩도 아닌 영국에서 홍콩 법무장관을 공격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5일 테레사 청 홍콩 법무장관이 영국 런던에서 수십명에 달하는 송환법 반대 시위대와 맞닥뜨려 ‘심각한 신체적 피해(serious bodily harm)’를 입었다고 전했다. 홍콩 내각 관료가 시위대로부터 물리적 공격을 받은 첫 사례다.

청 장관은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과 함께 ‘범죄인 인도 법안’을 주도적으로 추진한 당사자다. 지난달에는 방송에 나와 ‘혼란이 이어지면 계엄령을 선포할 것’이라고 말해 시위대로부터 공분을 산 인물. 최근 치른 홍콩 여론 조사에서 청 장관은 현 홍콩 내각 관료 15명 가운데 가장 낮은 7% 지지도를 기록했다.

테레사 청 홍콩 법무장관이 15일 영국 런던에서 수십명에 달하는 송환법 반대 시위대에 둘러쌓여 있다.

SCMP는 런던 행사장 안으로 들어가려는 청 장관을 최소 30명이 넘는 시위대가 둘러 싸고 수분간 고함을 지르고, 일부는 신체적 접촉을 했다고 전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당시 동영상을 보면 흥분한 시위대 수십명이 청 장관에게 우르르 몰려가 "살인자", "부끄러운 줄 알아라", "5대 요구 사항(송환법 철회와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 참여자의 조건 없는 석방,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을 지켜라"라고 소리치고 앞길을 막아선다.

공개된 동영상에서 청 장관이 공격받는 모습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청 장관을 런던으로 초빙한 영국 공인중재인협회(Chartered Institute of Arbitrators)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청 장관이 건물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군중에게 폭행 당해 팔에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청 장관 역시 사건 직후 런던 경찰당국에 사건 경위서를 제출했다. 청 장관 측 대변인은 "이 사건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사건 당사자들을 형사처리할 것"이라며 "자신들의 정치적 이상을 추구한다는 핑계로 다른 이들의 정당한 권리를 박탈하려는 모든 폭력과 급진주의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올해 3월 홍콩에서 범죄자를 중국 대륙으로 송환할 수 있도록 한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해 처음 일어난 홍콩 시위는 8개월이 지난 현재, 진정되기는 커녕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특히 이달 들어 홍콩 경찰이 강압적으로 시위대를 진압하기 시작하면서 15살 소년이 최루탄에 맞아 중태에 빠지고, 70대 노인도 벽돌에 맞아 크게 다치는 등 부상자가 줄지어 발생하고 있다. 13일 하룻밤 새 발생한 부상자만 58명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