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이 5개월여 남은 가운데, 여권에서는 차기 개각과 공천 시기가 맞물리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현직 장차관들의 '험지 차출설'과 여당 중진 의원들의 '입각설'이다. 한 번도 출마한 적 없는 비(非)정치인 출신 장관들을 어려운 지역에 내보내고, 공석이 되는 장관 자리에는 수도권 다선(多選)이나 운동권 출신 현역 의원들을 앉히겠다는 것이다. 당 안팎에서는 "아무리 총선에서 1당을 사수해야 한다지만 전례에 없는 장관 차출설이라니 혼란스럽다" "개각이 급해지니 별의별 희한한 얘기가 다 나온다"는 말이 나온다. 특히 거론되고 있는 일부 장관은 "출마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현직 장관 중에서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의 차출설이 거론되고 있다. 홍 부총리는 강원 춘천, 정 장관은 경남 진주, 성 장관은 대전 등 각각 자신의 고향에서 출마할 수 있다는 얘기다. 대중성이 있는 강 장관은 서울 강남권 출마나 비례대표 가능성이 나온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도 고향인 경북 성주 출마설이 제기된다. 민주당 한 의원은 "전부 당선되기 어려운 약세 지역이기 때문에 전략 공천을 해도 당내 반발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작 장차관들은 본인 출마설에 당혹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 부총리는 "경제부터 살려야 한다"며 차출설을 부인했다.

민주당은 부산·울산·경남과 강원 및 충청 일부 지역, 수도권 중 서울 강남·서초·송파 등 보수 성향이 강한 곳에서 최대한 많이 이겨야 이번 총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16년 총선 때에도 이 지역에서 상당한 성과를 내면서 1당을 차지했었다. 이 때문에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조국 사태'로 인해 하락한 지지를 회복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야권 관계자는 "관료 출신들로 쇄신 및 전문성 강화 이미지를 내세우려는 것 같은데, 만약 이들이 당선된다면 '관료형 국회'가 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민주당 중진 의원들의 장관 입각설도 나오고 있다. 5선의 추미애(서울 광진을) 전 대표는 법무부 장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3선 이인영(서울 구로갑) 원내대표, 우상호(서울 서대문갑) 의원 등도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서울 종로 또는 중구·성동 출마를 고민하고 있는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입각설도 돌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중진 의원들의 입각설이 힘을 받으면 그동안 청문회 부담 때문에 미뤄왔던 개각 논의가 활발해질 수 있다"고 했다. 청와대와 여당 입장에선 청문회 통과가 비교적 쉬운 현역 국회의원들로 내각을 구성하고 국회에서는 자연스럽게 중진을 물갈이하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셈이다. 하지만 거론되는 인사 중 일부는 이 같은 가능성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불쾌해했다고 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의원 입각설에 대해 "명예로운 자리이고 차기 서울시장 등으로 갈 수 있는 기회"라면서도 "하지만 공천 시기와 얽히면서 중진 물갈이 대상으로 비치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야권에서는 "장관 빼오기가 무슨 인적 쇄신이냐"란 말이 나온다.

여권 주변에선 총선 승리를 위한 방안으로 야당 인사 입각설 및 연정 논의 가능성도 계속 제기된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 10일 "전·현직 야당 국회의원께 입각부터 다양한 제안을 해왔고, 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한국당은 어렵지만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인사들의 장관 발탁은 매우 가능성 있는 얘기"라며 "탕평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바른미래당 김성식, 박선숙 의원 등의 입각설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이 밖에 이낙연 총리 후임으로 바른미래당 손학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 등을 추천하는 호남 인사들도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한국당 등 보수 야당은 "야당을 분열시키려는 정치공학적인 발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