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미국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과 방위비 인상 문제를 두고 연일 파상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미 행정부는 지소미아 종료 시 우리 정부에 대한 고강도 비판 성명을 준비 중이고, 미군 고위급까지 잇따라 나서서 지소미아 연장과 방위비 증액을 요구했다.

미국의 외교 소식통은 13일 "미국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와 유지 가능성을 모두 염두에 두고 두 가지 성명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가 22일까지 지소미아 파기 결정을 번복하지 않을 경우 미국은 23일 가장 강한 수준으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할 방침이라는 것이다. 반대로 지소미아가 연장될 경우에는 이를 환영하며 한·일 관계 개선을 바라는 성명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성명은 미 국무부가 아닌 백악관이 주도할 것이라고 전해졌다.

미 행정부 관계자는 "그동안 장관급을 비롯, 다양한 차원에서 지소미아 유지를 바라는 언급을 해왔다"며 "한국이 끝내 미·한·일 3국 협력 강화를 바라는 우리의 요청을 거부할 경우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파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한국이 우리 입장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퍼펙트 스톰(최악의 상황)'이 불어닥칠 수 있다"고 말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12일 경기 평택 험프리스 기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지소미아가 종료되면 (북·중·러 등) 주변국에 우리(한·미·일)가 약하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소미아의 근본 원칙은 한·일이 역사적 차이를 뒤로하고 동북아 역내 안정과 안보를 최우선하고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지역에 던진 것"이라고 했다.

현재 진행 중인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과 관련해서도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최근 '한국 정부는 더 낼 능력이 있고 더 내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주한미군사령관이 방위비와 지소미아 문제를 직접 압박한 것은 이례적이다. 13일 방한한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과 14일 입국하는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도 지소미아와 방위비 문제를 강하게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일본의 태도 변화 없이 지소미아 연장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강경화 외교장관은 조만간 미국을 방문해 우리 입장을 설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소미아 종료 당일인 22~23일 일본 나고야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장관회의에도 강 장관이 참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