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의 "부자 나라 한국" 발언,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유지 요구에 이어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도 13일 비슷한 취지의 언급을 하면서 미군발 대(對)한국 압박이 거세지는 모습이다. 군사 작전과 무관한 사안에 대해 공개 언급을 꺼려 온 미군 수뇌부가 잇따라 방위비 분담금과 지소미아 같은 첨예한 외교 사안에 대해 '작심 발언'을 쏟아낸 건 이례적이다. 외교가에선 "방위비 대폭 인상과 지소미아 유지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말이 나온다.

美합참의장 한국 온 날, 주한미군사령관도 방위비 압박 -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이 지난 12일 평택 험프리스 주한미군 기지에서 취임 1주년맞이 내·외신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오른쪽 사진). 왼쪽은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 13일 방한한 밀리 의장은 14~15일 열리는 한·미 군사위원회(MCM),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 잇따라 참석할 예정이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이날 평택 험프리스 주한 미군 기지에서 가진 내외신 기자간담회에서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 "주한 미군의 군수 또는 새로운 시설 건설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한국인에게 지급하는 돈"이라며 "그 돈은 다시 한국 경제와 한국인에게 돌아가지 나에게 오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미국의 증액 요구가 과하다는 한국 내 비판 여론에 대해서는 "한·미 양국은 납세자와 시민들에게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 더 잘 설명할 수 있다"고 했다. 대폭 증액을 기정사실화하며 대국민 설득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지소미아가 없으면 우리가 그만큼 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보낼 위험이 있다"고도 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도 15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지소미아 유지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밀리 합참의장은 지난 11일(현지 시각) "보통의 미국인들은 주한·주일 미군을 보며 왜 그들이 아주 부자 나라인 일본과 한국에 필요하고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등을 묻는다"며 주한 미군 철군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군 안팎에서는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방위비, 지소미아 문제와 함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를 언급한 점에도 주목했다. 그는 전작권 전환이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이뤄질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전작권 전환은 시기가 아닌 조건에 기반하는 것"이라며 "한·미 양측은 양국 국방부 장관이 2013년 합의하고 2015년 문서로 서명한 계획에 따라 전작권 전환에 필요한 3개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지소미아 종료는 한·미 동맹의 신뢰를 깬다는 것이고, 그것은 당연히 전작권 전환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시사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