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문을 열고 AI(인공지능) 인재를 양성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의 첫 신입생 모집에 지원자가 대거 몰렸다.

11일 서울대에 따르면 40명을 뽑는 전문석사과정에 257명이 지원해 6대1이 넘는 경쟁률을 보였다. 15명을 모집하는 박사과정에는 43명이 지원해 3대1 수준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2018학년도 전·후기 서울대 공대·자연대 대학원(석사, 박사, 석·박사 통합과정) 신입생 모집 경쟁률이 각각 0.88대1, 0.95대1로 정원 미달했던 것에 비하면 '대박'이 난 셈이다.

지원자 구성도 다양했다. 통계학, 수학, 컴퓨터공학 등 이공계열뿐 아니라 사회학, 영문학, 언어학, 언론정보학, 고고미술사학, 경제학 등 인문·사회계열 전공자도 상당수 지원했다. 지원자 중 약 30%는 미국·영국의 명문대학을 포함한 해외 90여개 대학 출신이었다. 서류전형을 거쳐 최종 입학 인원의 2배수를 뽑아 지난 8일 구술면접을 시행했고, 오는 28일 최종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 설립준비단장(전기정보공학부 교수)은 "학부 전공에 상관없이 논리적 사고 능력을 갖춘 학생을 뽑을 것"이라며 "기존 전공 지식에 데이터사이언스 전문성을 더해 각자의 분야에서 AI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재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신입생 모집엔 성공했지만, 교수 채용은 갈 길이 멀다. 채용 계획 교수 인원은 15명이지만, 현재 확보된 인재는 2명에 그친다. 내년 3월 개원(開院)까지 나머지 인원을 채우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엄격한 겸직(兼職) 제한 규정과 호봉제에 얽매인 획일적이고 낮은 보수(報酬)가 글로벌 우수 인재 채용의 걸림돌로 지목된다. 서울대 관계자는 "해외에서 일하던 AI 전문가 입장에서는 수입이 반 토막 아래로 내려가는데 누가 쉽게 오려고 하겠느냐"고 했다.

이공계 교수들에게 보수 못지않게 중요한 '연구 환경'에서도 서울대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연구 시설,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인력, 연구의 확실한 자율성 보장 면에서 서울대 연구 환경이 글로벌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한데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은 올해 예산 22억여원에 더해 수십억원 수준의 기금을 따로 모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MIT는 AI 단과대를 위한 기금으로 1조1000억원을 조성했다.

차 단장은 "교수진 구성을 위해 100명 정도의 후보를 두고 접촉 중"이라며 "숫자를 채우기 위해 교수 수준을 떨어뜨리면서까지 억지로 채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커리큘럼은 해외 대학들과 비교해도 자신 있다"며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해 정부가 관련 예산을 확충하고 유연성 있는 제도 개선을 과감히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