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중(反中)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홍콩에서 11일(현지 시각) 시위대로 추정되는 인물이 친중(親中) 성향을 보인 한 남성의 몸에 불을 지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과 시위대 사이 다툼 뿐 아니라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는 집단과 친중 성향 시민들 간 대립도 한층 더 격렬해지는 모양새다.

홍콩 경찰은 이날 낮 12시 53분쯤 홍콩 마안산(馬鞍山) 지역 온춘의 한 인도교에서 한 남성이 시위대와 언쟁을 벌이다 전신에 걸쳐 2도 화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11일(현지 시각) 홍콩 마안산 지역 온촌의 한 인도교에서 시위대와 언쟁을 벌이던 중년 남성이 시위대의 방화로 몸이 불에 타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유튜브에 올라온 동영상에 따르면 화상을 입은 피해자는 녹색 반팔티를 입은 중년의 한 남성. 이 남성은 동영상 초반 몸에 알 수 없는 용액이 묻어 있는 상태였는데, 누군가 그의 옷에 묻은 액체를 닦아주려고 다가가자 "너희는 중국인이 아니다"라는 공격적인 반응을 보이며 뒤로 수차례 물러섰다.

그러자 주변에 몰려 있던 군중들 사이에서 "우리는 홍콩 사람이다"는 외침과 "웨강아오 대만구(大灣區·Great Bay Area)로 돌아가라"는 말이 나왔다. 웨강아오 대만구는 홍콩과 접경한 중국의 선전 등이 포함된 경제특구다.

이후 이 녹색티를 입은 남성은 자신을 비난한 무리가 모여 있는 곳으로 다시 돌아와 몇 초간 삿대질을 하며 언쟁을 벌였다. 수초간 길지 않은 말싸움이 오고 가는 가운데, 순간 군중 사이로 검은 옷을 입은 한 사람이 별안간 나타나 녹색 옷을 입은 중년 남성의 몸에 휘발성 액체로 추정되는 물질을 뿌렸고, 곧바로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홍콩 경찰은 이 남성이 화상을 입고 샤틴(沙田) 지역 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가슴과 팔을 포함해 전신의 28% 정도에 2도 화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셜미디어상에는 방화 이전 상황으로 추정되는 영상도 올라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사건의 서곡(prelude)’이라며 한 영상을 게재했는데, 이 영상에는 녹색 옷을 입은 중년 남성이 검은 복색의 시위대 10여명에게 둘러싸여 폭행당하는 모습이 담겼다.

일부 중국 네티즌들은 이날 소셜미디어 등에 올라온 방화 사건 관련 영상에 "이슬람국가(ISIS)보다 더 심한 행동", "시위대가 아니라 테러리스트"라며 홍콩 시위대를 비난하는 댓글을 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