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가 10일 청와대에서 만찬 회동을 갖고 정치·안보·경제 등 국정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9~31일 모친상에 조문을 왔던 여야 대표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이번 자리를 마련했다. 그러나 총선을 5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선거법 개정안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노동 문제를 놓고 고성이 나오는 등 격론이 벌어졌다. 지난 7월 여야 대표 회동 때 합의문이 나왔던 것과 달리 이날은 구체적 합의가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가운데)과 여야 5당 대표들이 10일 청와대 관저에서 만찬 회동을 갖고 있다. 문 대통령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노영민 비서실장,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날 문 대통령과 야당 대표들이 선거법 개정안, 한·일 관계, 미·북 비핵화 협상 등 현안을 놓고 때론 격론을 벌이면서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회동은 문 대통령의 감사 인사로 시작됐다. 하지만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으로 지정돼 본회의 부의(附議)를 앞두고 있는 선거법 개정안이 주제에 오르자 고성(高聲)이 터져 나왔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가 "선거법 개정에 대통령이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하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정부와 여당이 한국당과 협의 없이 선거법 개정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반발했다. 그러자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등은 "한국당이 협상에 응하지 않은 게 문제"라며 "정치를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언성을 높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서 "선거제도 개혁에 가장 적극적인 사람은 바로 나였다"며 "국회에서 잘 처리되길 바란다"고 진화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경제 침탈과 지소미아 문제에 대해서는 초당적으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일본 강제징용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존중해서 해야 한다"고도 했다.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야당이 따라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미·북 회담 교착 국면에 대해선 "북·미 회담도 이제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에 공감한다"고 했다. 노동 문제에 대해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불만을 표시하자 "지금 탄력근로제 6개월 연장 같은 것은 노동계에서도 좀 수용해줘야 하지 않느냐"고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은 작년 8월 구성키로 한 여야정(與野政) 국정상설협의체 재개 필요성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황 대표는 "당에서 논의해 보겠다"며 확답하지 않았다. 오후 6시쯤 시작된 회동은 당초 예상보다 길어져 8시 40분쯤 끝났다. 만찬 장소는 외부 손님을 초청하는 상춘재나 영빈관이 아닌 대통령 관저였다. 문 대통령과 각 당 대표 외에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만 배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