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마윈,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장녀 등 '동문'
"韓·中·日 시장 공조...미래 위해 과거 아픔 극복해야"
"홍콩은 중국에 '대체 불가능'...홍콩 없으면 선전도 없어"

2008년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잘나가던 미국과 유럽의 유수 경영전문대학원(MBA)들에도 시련을 안겨줬다.

MBA 출신들의 희망 직장 1순위였던 대형 투자은행들이 줄줄이 문을 닫아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비싼 등록금 값을 못 한다'는 회의론이 확산되기 시작했고,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 경제(이머징마켓)가 급부상하면서 미국 중심의 교과과정에도 변화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샹빙 CKGSB 총장은 “ 규제완화의 여지가 많다는 점이 중국 시장의 매력”이라고 했다.

알리바바(阿里巴巴)와 텐센트(腾讯), 화웨이(華爲) 등 중국 기업의 급부상은 대륙식 비즈니스 교육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그 영향으로 기업 사례 분석(케이스스터디)과 토론을 바탕으로 한 미국식 시스템에 중국 콘텐츠를 접목한 '대륙식 MBA'도 주가를 올리기 시작했다. 상하이에 있는 중국유럽국제비즈니스스쿨(CEIBS)과 장강경영대학원(CKGSB),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MBA(BIMBA) 등이 이 같은 상황 변화의 대표적인 수혜주들이다.

지난달 29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호텔에서 기자와 만난 샹빙(項兵·57) CKGSB 총장은 "중국 경제가 2008년 이후 세계 경제 성장의 약 3분의 1을 중국이 담당해 온 것을 상기시키며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기업 경영에서) 잘못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CKGSB는 홍콩 리카싱(李嘉誠) 재단이 2002년 설립한 중국의 명문 경영대학원이다. 베이징·상하이·선전에 캠퍼스가 있고, 홍콩·뉴욕·런던에 해외 오피스를 운영 중이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馬雲)과 정보기술(IT)기업 쥐런(巨人)그룹의 스위주(史玉柱) 회장, 가전업체 TLC의 리둥성(李東生) 회장, 국영 에너지업체 시노펙(中國石化)의 푸청위(傅成玉) 전 회장 등이 CKGSB 동문이다.

국내에서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의 장녀 서민정(28)씨가 최근 이 학교를 졸업하고 아모레퍼시픽 서울 본사 뷰티 유닛(부문) 영업전략팀 과장급으로 재입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서씨는 아모레퍼시픽 지분 2.93%를 확보하고 있다. 그룹 계열사 이니스프리(18.18%), 에뛰드(19.52%), 에스쁘아(19.52%) 지분도 갖고 있다. 6일 종가 기준 보유 주식 평가액은 2120억원이다.

샹 총장은 중국의 경영, 교육분야 개발 및 혁신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시안(西安)교통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캐나다 앨버타대에서 경영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CKGSB 총장 취임 이전에는 캐나다 캘거리대와, 홍콩과기대(HKUST), CEIBS, 베이징대 광화(光華)관리학원 교수를 역임했다. 중국 정부와 비즈니스 간의 관계, 중국 민간기업의 역할 및 혁신 등이 주요 연구 분야다.

'중국인은 붉은색을 좋아한다'는 선입견을 깨려고 작정이라도 한 듯 푸른 계열의 체크무늬 수트와 타이로 멋을 낸 샹 총장은 유창한 영어로 중국 비즈니스 교육과 경제 전망,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 전략 등 다양한 주제로 거침 없이 대화를 이어갔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MBA 과정이 '고비용 저효율' 프로그램으로 전락했다는 우려가 커졌다.

"MBA 졸업 후 골드만삭스 같은 대형 투자은행이나 맥킨지 등 글로벌 컨설팅회사 취업을 희망하는 비율이 여전히 높다.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관련 산업의 성장 속도가 빠르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그렇다고 좌절할 이유는 없다. 기업의 사회 활동이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면서 새로운 기회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사회적책임(CSR)과 사회적기업 지원 활동 등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는 것도 그 증거다."

CKGSB의 커리큘럼과 수업 방식이 독특한 점이 있다면.

"우리의 목표는 '글로벌 비즈니스 교육의 구글과 페이스북'이 되는 것이다. 17년이란 짧은 역사에도 중국을 대표하는 경영전문대학원으로 자리매김 했지만,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혁신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 왔다. 일례로 초기부터 전 과정에 인문학과 역사, 종교, 철학 과목을 필수 과정으로 도입했다. 그렇게 한 건 전세계 경영대학원 중 우리가 처음이었다. 졸업생들이 단지 부유한 인생이 아닌 풍요로운 인생을 누리도록 돕기 위해서였다."

인문학 과목에 시간을 쏟는 만큼 보다 실용적인 과목을 공부할 시간을 빼앗기는 건 아닌가.

"미래의 비즈니스 리더들이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열정’과 ‘공감능력’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승자 독식 마인드로는 한계가 자명하기 때문이다. 인문학적 소양은 열정과 공감능력의 밑거름이다. 다양한 국적의 인재들을 관리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만하면 충분히 실용적인 것 아닌가(웃음)."

첨단 기술을 빼고 혁신을 논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

"그래서 학생들이 첨단 기술의 변화 흐름을 놓치지 않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돕고 있다. 2016년에는 미국 컬럼비아대 공대와, 2017년에는 UC버클리(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 캠퍼스)와 협력 관계를 구축한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외국인 학생들에게 중국 경제와 기업에 대핸 생생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텐센트, 바이두(百度), DJI 등 선도적인 중국 기술기업들과도 교류를 이어왔다."

2018년 1분기에 6.8%였던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지난 3분기에는 6%까지 떨어졌다. 분기 기준으로는 3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중국의 시장 규모는 미국과 독일, 일본을 합친 것보다 훨씬 크다. 성장률이 6%라 해도 규모를 생각하면 앞으로 상당 기간 동안 세계 경제의 최고 성장 동력 역할을 지속할 것이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중국 경제는 2008년 이후 세계 경제 성장의 약 3분의 1을 담당해 왔다. 어떤 국가라도 여기에서 나오는 기회를 놓친다면 글로벌 시장 경쟁에서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국 경제의 또 다른 매력은 규제를 완화할 수 있는 여지가 아직 크다는 점이다. 독점 또는 과점 형태로 존재하는 분야가 적지 않기 때문에 진입장벽만 낮춰도 성장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한때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였던 삼성전자의 중국시장 점유율이 어느새 1% 안팎으로 떨어졌다. 한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여지가 있을까.

"물론이다. 그러려면 좀 더 미래지향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 과거사의 아픔이 미래 성장을 위한 협력의 발목을 잡아서는 곤란하다. 한국 기업이라 해도 한국만 보고 움직이기에는 시장 규모가 너무 작다. 한국과 중국에 일본까지 묶어 공조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획기적인 아이템이나 기술력을 보유한 한국인 창업자가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 동시에 창업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한다면 멋지지 않겠나."

앞으로 중국 진출 유망 분야를 꼽는다면.

"소비재 분야의 규제 완화에 속도가 붙으면서 엄청난 기회가 생겨날 것이다. 상대적으로 많이 낙후된 헬스케어도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다. 중국도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중국 중타이(中泰)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2021년에 중국의 65세 인구가 14%를 넘어 '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랴오닝성, 산둥성 등 중국 일부 지역은 이미 65세 이상 인구가 14%를 넘어 고령사회에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타이증권 예측에 따르면, 중국은 미처 강국이 되기도 전인 2031년 초고령 사회(65세 인구가 전체의 20% 이상)에 진입하게 된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보안 문제를 이유로 화웨이의 미국 진출을 막는 것에 대해 할 말이 있나.

"공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통신장비의 보안 문제는 익숙한 주제다. 화웨이 장비의 보안에 대해 걱정할 수도 있다. 그런데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중국도 시스코나 마이크로소프트(MS), IBM 등 서구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만든 장비의 보안에 대해 걱정할 수밖에 없다. 통신장비 보안 문제는 미국처럼 한 나라가 나서서 주도하기 보다는 다국적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만들어 표준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CKGSB 설립에 홍콩 리카싱 재단이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홍콩은 중국 경제에 얼마나 중요한가.

"홍콩이 없었다면 지금의 선전도 없었다. 홍콩을 통해 정보와 인재, 자본을 공급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선전이 눈부신 발전을 할 수 있었다. 중국 정부는 선전을 혁신의 본보기로 키우고 싶어 한다. 선전이 다음 단계로 성장을 이어가려면 홍콩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중국의 다른 어떤 도시도 글로벌 금융허브인 홍콩의 역할을 대신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