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휴폐업·일자리 찾지 못해' 쉬었음 비중 증가
30·40대, '취업자 감소→쉬었음 증가' 추세 뚜렷…"나쁜 징후"

올해 들어 일할 능력이 있지만 일자리를 찾지 못해 쉬고 있는 ‘쉬었음’ 인구가 올해 들어 200만명 수준으로 급증한 가운데, 경기불황으로 직장을 찾지 못해 구직활동을 중단한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경기요인으로 쉬고 있는 쉬었음 인구는 작년에는 61만명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79만명으로 18만명 증가했다.

정부는 쉬었음 인구 증가 배경으로 고령화로 인한 노인 인구 증가를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지만, ‘직장의 휴·폐업’,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서’ 등 경기적 요인에 따른 실직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고령화보다는 불황 등 경기요인이 만성적인 실직 증가에 더 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10일 통계청의 ‘비임금근로 및 비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결과’를 조선비즈가 분석한 결과, 지난 8월말 현재 217만3000명으로 집계된 쉬었음 인구 중 ‘몸이 좋지 않아서’, ‘퇴사(정년퇴직) 후 계속 쉬고 있음’으로 응답한 유형의 비중이 58%로 지난해 8월(61.8%)보다 3.8%P(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13일 오전 서울 구로구 고용노동부관악지청에서 실업급여 신청자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몸이 좋지 않아서는 작년(44.8%)보다 3.1%P 하락한 41.7%, 퇴사 후 계속 쉬고 있음은 작년(16.5%)보다 0.2%P 상승한 16.3%로 나타났다. 이 응답 유형은 쉬었음 인구를 증가시키는 고령화 요인으로 분류된다. 경제활동을 중단한 사유 중 고령화 요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보다 줄어들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경기부진 장기화 등 경제·사회적 요인으로 쉬었음 인구로 이동한 유형의 비중은 지난해보다 늘어났다. ‘일의 완료, 고용계약이 만료되어’, ‘직장의 휴업·폐업으로 쉬고 있음’, ‘원하는 일자리(일거리)를 찾기 어려워서’, ‘일자리(일거리)가 없어서’, ‘다음 일 준비를 위해 쉬고 있음’ 등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8월(33.6%)에 비해 2.9%P 증가한 36.5%로 집계됐다. 이같이 경기적인 측면에서 쉬었음으로 이동한 인구는 지난해 61만4000명에서 올해 79만2000명으로 17만8000명 증가했다.

구체 유형별로는 ‘일의 완료, 고용계약이 만료되어’의 비중은 지난해 1.7%에서 1.9%로 0.2%P, ‘직장의 휴업·폐업으로 쉬고 있음’의 비중은 2.5%에서 3.2%로 0.7%P 늘어났다. ‘원하는 일자리(일거리)를 찾기 어려워서’의 비중은 16.9%로 작년과 동일했고, ‘일자리(일거리)가 없어서’는 7.5%에서 7.9%로, ‘다음 일 준비를 위해 쉬고 있음’은 5.0%에서 6.6%로 비중이 증가했다.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를 물었을 때 ‘그냥 쉬었음’이라고 대답한 인구는 고용시장 상황에 실망해 구직 활동에서 이탈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면서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자신의 눈높이에 맞는 직장을 찾는 데 실패한 구직자들이 비자발적으로 구직활동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일할 능력은 있으나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는 올해 들어 4월(197만1000명)과 5월(196만3000명)을 제외하고 줄곧 200만명을 넘어섰다. 8월 부가조사에서 집계된 217만3000명은 1년 전보다 34만9000명이나 늘어난 것으로,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았다. 쉬었음 인구가 비경제활동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3.3%로 역대 가장 높았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 인구 동향(단위 : 만명, 통계청)

정부는 쉬었음 인구가 이같이 급증한 배경으로 고령화 요인을 지목했지만, 부가조사 결과를 면밀히 분석하면 경기 요인이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다. 쉬었음 인구의 연령별 비중을 보면 20대와 30대 비중이 지난해 15.7%, 10.5%에서 올해 16.1%, 11.4%로 0.4%P, 0.9%씩 늘어난 반면, 6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41.3%에서 39.2%로 2.1%P 줄었다.

60세 이상 쉬었음 인구 비중이 줄어든 배경은 정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 영향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올해 직접 일자리 사업에만 2조원 넘는 혈세를 투입했다. 지난해 60만명이 참여했던 노인 일자리 사업도 참여 대상을 70만명으로 늘렸다. 그 결과 1~9월 취업자수 증가폭 누계 통계에 따르면, 60세 이상 취업자가 올해 35만7000명 증가한 반면, 30대와 40대 취업자는 각각 6만2300명, 16만5900명씩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고령화에도 불구하고, 60대 이상 쉬었음 인구 비중이 줄어든 배경에 정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을 지목하고 있다.

유 교수는 "경제활동이 가장 왕성한 30,40대 취업자가 감소하고 그대신 쉬었음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경기부진으로 인한 비자발적인 실업이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라면서 "특히 인구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30,40대 취업자가 줄고, 노인 취업자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은 고용의 질과 연관된 잠재성장률 추락의 측면에서 좋지 않은 신호"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