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의 일반고 일괄 전환 계획이 발표되자 자사고와 외고·국제고들은 '정부의 폭거' '교육 독재'라며 일제히 반발했다. 이날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총선을 의식해 정치적 이해득실만 따지고 교육정책의 일관성을 훼손한 폭거"라며 "정부정책이 일관될 것이라고 믿고 투자한 데 따른 손실과 유·무형 피해에 대한 책임도 물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자사고학부모연합회는 "총선 낙선 운동까지 펼치겠다"고 했다.

수백억원의 사재를 출연한 자사고 등은 "분통이 터진다"고 했다. '수학의 정석' 저자이자 전주 상산고 설립자인 홍성대(82) 이사장은 7일 본지 통화에서 "지금까지 여러 정부 거쳤지만, 이런 정부는 없었다"며 "대체 어디까지 어떻게 가려는지, 어이없고 분통이 터져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정부 방침대로라면 상산고는 2025년부터 일반고로 전환되고, 전북 지역 학생만 무작위 배정받게 된다. 190억원을 들여 건립한 기숙사도 무용지물이 된다. 홍 이사장은 "학교 설립 때 1원 하나 지원해준 거 없는 정부가 마치 시혜자처럼 앉아서 자사고를 인정하니 마니 하고 있다"며 "나라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 미친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전국 단위 자사고에서 강원 지역 일반고 전환 대상이 된 민사고 측도 반발했다. 민사고는 파스퇴르유업이 1996년 학교 부지, 기숙사 등 포함해 총 1000억여원 투자해 강원도 횡성에 지은 학교다. 한만위 민사고 교장은 "앞으로 강원 지역 일반고로 전환되면 몇 명이나 여기까지 다니겠느냐, 폐교밖에 길이 더 있겠느냐"고 했다. 지역 단위 모집으로 바뀌게 된 공주한일고 한동현 이사장은 "너무 갑작스러워서 막막하다"고 했다.

교육부는 별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자사고 기숙사 등 이미 투자된 시설에 대해 "앞으로 학교와 시도교육청이 협의해서 처리 방안들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꼭 기숙사만이 아니라 다양한 공간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고 본다"고 했다. 김성근 교육부 학교혁신지원실장은 "학교 투자에 따른 피해 책임은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학교를 돈 벌자고 세운 게 아니지 않으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