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열린 한·중·일 청년작가회의에서 중국 쑨수원 문학평론가와 정샤오충(왼쪽) 시인이 발표하고 있다.

한·중·일 젊은 작가들이 인천에 모였다. 인천문화재단 한국근대문학관은 지난 5일부터 3일간 '2019 한·중·일 청년작가회의, 인천' 행사를 열었다. 김세희·박상영·윤고은 등 한국 소설가와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으로 최연소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일본 소설가 와타야 리사, 공장 노동자 출신의 중국 시인 정샤오충 등이 참여했다. 기획위원장인 최원식 문학평론가는 "한·중·일의 출구 없는 교착상태를 돌파할 힘을 자유롭고 전위적인 청년 작가들에게서 찾아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지난 6일엔 시인들이 모여 '시인은 무슨 생각을 하는가'를 주제로 토론했다. 정샤오충 시인은 "공장에서 비디오테이프 부품을 조립하며 한국을 상상했다"면서 반가워했다. 쓰촨 내륙의 고향을 떠나 도심 공장을 떠돌며 부품을 조립했던 정샤오충은 이렇게 썼다. '작은 스프링 조립하고서, 상상해본다/ 이 스프링 남한의 어느 공테이프에 들어가겠지/ 안재욱의 그림자가 녹화될까 아니면 장동건의 웃음 띤 얼굴이 녹화되려나.' 그는 "조작 실수로 손가락을 다치고 작업장의 독특한 냄새에 적응을 못했다"면서 "공업시대의 날카로운 통증이 표현의 욕망을 일깨웠다"고 했다.

18세에 첫 시집을 낸 젊은 시인 후즈키 유미는 일본 국제예술제 아이치트리엔날레에서 '표현의 부자유전' 코너가 폐쇄된 사건을 꺼냈다. 그는 "일본에선 타자의 가치관이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 풍조가 강해지고 있다"면서 "2011년 동일본대지진 후 국가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타자의 침입에 대한 거부감이 굉장히 강해졌다"고 했다.

토론은 문학의 역할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쑨수원 중국 문학평론가는 "중국에서도 인터넷이 발전하고 있지만, 오히려 글자의 마력이 커지고 점점 더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면서 "인터넷 시대가 도래하면서 시의 시대도 다시 열리고 있다"고 했다. 후즈키 유미 시인은 "문학이 직접적인 해결책이나 해답을 주진 않지만 현실과 싸우는 방법, 마주하는 방법을 보여줄 수 있다"면서 "그것을 국경과 언어를 넘어 함께 이야기한다면 매우 반가울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