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에 나타난 '펭수'- 6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홍보 등을 위해 외교부를 찾은 캐릭터 '펭수'가 게이트를 통과하고 있다.

EBS 캐릭터 ‘펭수’가 지난 6일 외교부를 방문, 강경화 장관을 만나는 과정에서 출입 보안 규정을 위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과정에서 “청사 관리 책임은 행정안전부 소관”이라고 했던 외교부는 “사전에 비표를 발급받아 문제가 없다”고 입장을 바꿔 ‘말바꾸기’ 논란도 제기됐다.

남극에서 온 10살짜리 자이언트 펭귄으로 현재 ‘EBS 연습생’ 신분이라는 펭수는 최근 2030 세대 ‘직장인 대통령’으로 불릴 만큼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7일 바른미래당 정병국 의원실에 따르면, 펭수가 방문했던 외교부 건물(정부서울청사 별관)에 방문하려면 신분증을 제출하고 기관 직원이 신분증과 본인 일치 여부, 출입 승인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한다. 이 같은 내용은 ‘정부서울청사 출입 보안 매뉴얼’에 규정돼 있다.

그러나 펭수는 6일 펭귄 인형탈을 쓴 채로 외교부 청사에 들어갔다. 별도의 확인 과정 없이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이와 관련한 정 의원실 질의에 외교부는 “한·메콩 정상회의 홍보 차 청사를 관리하는 행정안전부에 협조 공문을 보냈다”고 했다. 하지만 행정안전부는 “관련 공문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행 통합방위법에 따르면 정부서울청사는 청와대, 국회 등과 같은 등급의 ‘가’급 국가중요시설로 분류된다. 전문가들은 “테러 등의 위협이 상존하기 때문에 출입자 신원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며 “행사에 참여하는 마스코트나 캐릭터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실제 정부서울청사 보안이 허술하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됐다. 2012년 10월엔 60대 남성이 18층 교육부 사무실에 침입, 불을 지르고 뛰어내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국무총리 등 지시로 종합 보안 대책이 마련되기도 했다.

그러나 4년 뒤인 2016년, 7급 공무원 응시생이 16층 인사혁신처 사무실에 무단 침입해 합격자 명단을 조작하는 사건이 발생해 정부 청사 보안에 총체적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펭수는 최근 유튜브 구독자 44만명을 돌파하며 2030 직장인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각종 언론 인터뷰 요청도 쇄도하고 있다. 외교부 강경화 장관을 만난 데 이어, 보건복지부, 교육부도 펭수를 섭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펭수가 소속된 EBS 소관 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는 펭수 출연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고 한다.

정병국 의원은 “국민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펭수가 이러한 논란에 휩싸이지 않도록, 장관이 직접 방송국을 방문하거나 청사 바깥에서 펭수를 만났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정부 청사 보안에 예외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당초 “청사 관리는 행안부 소관”이라며 밝힐 입장이 없다고 했던 외교부는 논란이 되자 말을 바꿨다. 외교부는 “사전 협의로 청사 출입 절차를 밟았다”고 했다.

그러나 정병국 의원실 확인 결과, 외교부가 행안부에 촬영 전날(5일) 전달한 공문에는 “출입 시부터 비표를 사용해서 우리 부 직원이 인솔 예정”이라고 돼 있었다. 또 신원 확인도 사전에 서면으로 이뤄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탈 안의 연기자가 정부 청사로 진입할 때 신원을 확실하게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전 비표’만 받고 청사에 출입했다면 이것이야말로 청사 관리에 총체적인 구멍이 나 있었다는 것”이라고 했다.

정병국 의원은 “국민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펭수 캐릭터가 정치적 목적으로 오용되거나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하는 등 오점이 남지 않기 바라는 목적에서 외교부에 관련 자료를 요청한 것”이라며 “펭수가 온 국민의 사랑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함께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