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 2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죄를 요구하며 ‘전범(戰犯)의 아들’이라고 가리켰던 당시 아키히토(明仁) 일왕에게 자신의 발언을 사과하는 편지를 보냈다고 일본 교도통신·산케이신문 등이 7일 보도했다.이에 대해 문 의장 측은 "오보"라며 "문 의장은 사과 편지를 보낸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교도통신 보도에 따르면 친한파(親韓派)로 분류되는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일한의원연맹 간사장은 전날 일본 산케이신문 계열 위성방송인 BS후지TV의 한 프로그램에 나와 지난 3~6일 방일(訪日)했던 문 의장이 아키히토 전 일왕에게 사과 편지를 보냈다는 사실을 알려왔다고 말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 6일 일본 도쿄(東京)의 데이코쿠(帝國)호텔에서 열린 도쿄 주재 한국 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 의장이 일왕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이나 발송 시기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산케이신문은 관계자를 인용해 "문 의장이 지난 3일 가와무라 간사장을 면회했을 때 편지 발송 사실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문 의장은 지난 2월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당시 아키히토 일왕을 '전범(戰犯)의 아들'이라고 부르며 위안부 사죄를 요구한 바 있다. 아키히토 일왕은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 최고 통수권자였던 히로히토(裕仁) 전 일왕의 아들이다.

이런 발언에 일본 정계는 즉각 반발했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발언은 매우 부적절하고 불쾌하다"고 했고, 고노 다로(河野太郞) 당시 일본 외무상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매우 무례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당시 문 의장은 "내가 한 말은 평소 지론"이라며 "사과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었다.

문 의장이 사과한 것은 지난 6월부터다. 문 의장은 당시 한국을 찾은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일본 총리와의 오찬에서 자신의 ‘전범의 아들’ 발언과 관련해 "마음을 상한 분들에게 미안함을 전한다"고 사과했다. 이달 초엔 G20 국회의장 회의 참석에 앞서 산토 아키코(山東昭子) 일본 참의원 의장에게 보낸 서한과 아사히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과거 발언을 또다시 사과했다. 지난 5일 방일 기간 중 와세다대에서 진행한 강연에서도 "다시 한 번 나의 발언으로 인해 일본인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면 미안하다는 뜻을 전하고 싶다"며 네 번째 사과를 했다.

그러나 문 의장 측의 한민수 국회 대변인은 이날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과 통화에서 "관련 보도는 오보"라며 "문 의장과 멕시코로 함께 간 보좌진한테도 확인했으나 (문 의장이) 일왕에게 사과 편지를 보낸 적 없다고 한다"고 했다. 이어 "문 의장이 지난 5월 아키히토 일왕이 퇴임할 때 보낸 서한은 '고생했다'는 정도의 의례적인 내용으로 사과 내용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