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인터넷 사용자 가운데 89%, 숫자로 30억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감시를 받고 있다."

미국의 국제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는 5일(현지 시각) 내놓은 ‘2019 국가별 인터넷 자유도’ 보고서에서 "중국과 러시아 같은 일부 권위주의 국가를 중심으로 인터넷 사용자 정보를 식별하고, 못마땅한 표현은 걸러내는 고도의 ‘검열 장치’를 포함한 대규모 감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며 "2011년 이후 9년 연속으로 전 세계 인터넷 자유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프리덤 하우스(Freedom House)는 미국 워싱턴 DC에 자리한 비정부 기구로 세계 각국의 언론과 인터넷 자유도를 광범위하게 측정해 매년 보고서를 내놓는다. 평가 항목은 크게 세 부분이다. 자유로운 인터넷 접근 기회(25점), 콘텐츠에 대한 제약 여부(35점), 사용자 권리 침해 정도(40점)에 각각 점수를 매겨 100점에 가까울수록 높은 수준의 인터넷 자유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전 세계 인터넷 사용자 가운데 89%가 소셜 미디어를 포함한 인터넷 검열을 당하고 있다는 프리덤하우스의 보고서.

올해 조사 대상으로 삼은 65개국 가운데 62%에 해당하는 40개국은 소셜 미디어(SNS)를 면밀하고 계획적으로 감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보다 더 많은 47개국(72%)에서는 소셜 미디어에서 정치, 사회, 종교와 관련해 반사회적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해당 사용자를 사법 조치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은 인터넷 자유도 조사에서 최근 4년간 잇달아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 규제 당국은 갈수록 인터넷 통제 강도를 높이고, 빈도도 늘리고 있다. 관련 기술 역시 점차 정교해지고 있다. 인공지능(AI) 시스템이 자의적으로 유해하다고 판단한 게시물들을 하루에 수차례씩 검열해 무더기 삭제하고, 자동으로 해당 계정은 영구 폐쇄하는 방식이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인터넷 자유도가 낮은 이란은 온라인 게시물을 감시하는 인력이 4만2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북한은 관련 데이터가 집계되지 않아 순위에 포함되지 않았다.

중국 주요 인터넷 사이트와 계정 폐쇄

자유를 중시하는 나라라고 해서 인터넷 검열과 감시가 느슨하진 않았다. ‘자유의 나라’ 미국의 인터넷 사용자들은 정보에 접근하거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권리는 높은 편으로 나타났지만, 사법당국과 수사당국의 감시에서 자유롭지는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보고서는 "이스라엘의 디지털 포렌식 전문기업 셀레브라이트가 미 연방수사국(FBI)과 밀접하게 공조 중"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아이폰을 포함한 모든 전화기를 쉽게 해킹하고, 스마트폰으로 접근 가능한 모든 종류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와 별도로 필리핀 정부에 소셜 미디어 모니터링 툴을 포함한 검열 기술을 전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순위가 높은 나라는 총 95점을 획득한 아이슬란드다. 94점을 받은 에스토니아와 87점을 받은 캐나다가 각각 2·3위로 뒤를 이었다. 일본은 우리보다 7계단 앞선 12위를 기록했다.

프리덤하우스는 "과거 공론의 장 역할을 하던 소셜 미디어가 극우·포퓰리즘 진영이 대립하는 선전 도구로 전락하면서 선거와 정치에 악의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며 "영국과 미국처럼 자유를 표방하는 국가들에서조차 사회 활동가나 특정 단체를 감시하는 목적으로 인터넷 검열을 하는 관행이 널리 퍼져있다"고 총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