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과 심장은 한 뼘 차이여서유, 일단 멀 좀 먹어주면 맘도 괜히 든든해진단 말이어유. 그러니 만두나 한 판 하러 가유."

이 남자, 뭘 좀 알아도 '지대루' 안다. 요즘 장안을 들썩이게 한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주인공 황용식(강하늘)씨가 만두 얘기를 꺼낼 때 딱 알아봐야 했다. 이 남자가 권하는 만두를 뿌리칠 재간은 영 없다는 걸.

황용식이 빠진 여자는 옹산(충청도 어디쯤에 있는 가상의 동네)에서 술집 하는 미혼모 동백(공효진). 초등학생 아이를 혼자 키우며 동백은 평생 양 주먹을 꼭 쥐고 살았다. 빈틈 보이면 무너질까, 쉬워 보이면 당할까 걱정하면서. 온몸에 힘주고 365일 쉬는 날도 없이 두루치기 팔고 땅콩·노가리 팔며 지낸 동백에겐 그래서 본래 만두 같은 것 한 판 하러 갈 여유가 없다. 어릴 땐 엄마에게 버려져 고아로 자랐고, 하나밖에 없던 애인과도 헤어진 그다. 사람들은 그에게 "미안하게 됐다"는 말만 한다. 그녀의 유일한 꿈은 그래서 기차역 분실물센터에서 일하는 것. 그곳에선 잃어버린 물건만 내주면 "고맙습니다" 인사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아서다. "고맙다는 말은 평생 한 번도 못 들어봤거든요…." 동백의 혼잣말이다.

씩씩해서 더 쓸쓸한 동백의 인생에 느닷없이 들이친 '삑사리'가 황용식이다. "기냥 좋아유. 죽겄시유." 이 말만 하며 동백이 가는 길에 자꾸 끼어든다. 버티려고 힘줄 때, 잘해보려고 긴장할 때, 황용식은 최양락 억양으로 다가와 동백을 휘어젓는다. "고만 떠들고 만두나 들어유." "일단 좀 먹어유. 먹고 말해유."

힘을 계속 줄 순 없다. 버티는 데도 한계가 있다. 그럴 때 나타난 황용식은 동백을 한숨 돌리게 한다. 일단 만두를 삼키고 고단한 세상살이 잠시 잊게 한다. 동백은 만두를 넘기며 깨달았을 것이다. 먹고 나니 정말 더 힘이 솟는다는 걸. 한 박자 쉬어가면서 더 단단해질 수도 있다는 걸. 그래서였을까. "절대 남자를 다시 사귀지는 않겠다"던 동백은 만두를 먹고 이렇게 말한다. "우리, 썸 타요. 만두처럼 오래 따끈해요." 삶도 사랑도, 만두 옆구리 터지듯 쉬어갈 때 더 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