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국회에 출석한 청와대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은 이 정권 사람들의 특징인 안하무인식 언행을 가감 없이 보여줬다. 노영민 실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이 잘못이라는 야당 의원들의 질책에 사과 대신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다"고만 했다. 처음엔 잘못이 아니었는데 나중에 잘못으로 바뀌었다는 뜻이다. 야당 의원이 '대통령과 닮아가느냐'고 하자 "모욕하지 말라"며 고성으로 맞받았다. '북한 미사일이 우리에게 위협이 안 된다'는 정의용 안보실장의 답변에 한국당 원내대표가 "우기지 말라"고 하자 정 실장 뒤편에 앉아 있던 강기정 정무수석이 벌떡 일어나 "우기다가 뭐냐"며 소리를 질렀다. 야당과 소통하는 게 주된 업무인 정무수석이 본인 답변 차례도 아닌데 갑자기 끼어들어 야당 원내대표에게 삿대질하며 화를 낸 것이다. 전례가 없는 일이다. 야당을 존중하지 않는 데 앞서 국회를 우습게 보는 것이다. 노 실장은 지난번 국회에 갔을 때 문재인 대통령의 친일파 소송 사기 연루 의혹을 묻는 야당 의원에게 "지금 말을 책임질 수 있나. 여기서 말고 정론관에 가서 말하라"고 했다.

두 사람만 이런 것이 아니다. 국회에서 충돌과 언쟁은 늘 있었다. 그러나 갈등은 주로 여야 의원 사이에서 벌어졌다. 정부 관계자들이 직접 고함치고 소리 지르는 것은 이 정권의 특이한 현상이다. 잘못을 비판하는 야당 의원들에게 도리어 더 큰 목소리로 받아치는 정권 핵심들의 행태에는 '내가 민주화 운동 할 때 너희는 뭐 했냐'는 심리가 깔려 있다. 전임 청와대 비서실장은 야당 의원이 주사파 경력을 들어 '대북관·대미관'이 의심된다고 하자 "5·6공화국 때 의원님은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했다. 부끄럽게 살지 않았다"고 했다. 야당 의원을 향해 "그게 질의입니까"라고도 했다. 정작 주사파 생각을 버렸는지는 답하지 않았다.

유은혜 교육부총리는 야당 의원들이 위장 전입을 비판하자 "민주화 운동과 정치 활동을 하느라 그렇게 됐다"고 했다. 의원 시절 남의 흠을 매섭게 지적하던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자신에 대한 청문회에서 더한 흠이 드러났는데 사과는커녕 도리어 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의혹을 제기했다.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대상자인 장관 후보자가 다른 사람을 공격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일 것이다. 도둑이 '도둑 잡으라'고 고함치고 삿대질하는 격이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정부 관료들은) 잠깐만 틈을 주면 엉뚱한 짓들을 한다”고 했다. 김상조 정책실장은 공정거래위원장 시절 회의에 지각하면서 “재벌들 혼내 주고 오느라고 늦었다”고 했다. 이들에게는 대한민국을 세우고 키워온 관료와 대기업이 ‘엉뚱한 짓’이나 하고 ‘혼내야 할’ 대상이다. 조국씨는 민정수석 시절 야당이 청와대 특감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 등을 따지자 “(폭로한 내부 제보자가) 희대의 농간을 부린다”고 했다. 청와대 대변인은 “우리 유전자에는 민간인 사찰이 없다”고 했다. 터무니없는 독선과 오만에 빠진 사람들이 권력을 잡고 있으니 나라가 편안할 날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