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대륙에만 사는 것으로 알려진 하마가 중남미 콜롬비아의 야생에 번성해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고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보도했다. 1970~80년대 전 세계 코카인 마약 시장을 주름잡던 콜롬비아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1949~ 1993)가 개인 동물원에서 기르던 하마〈사진〉들이 야생으로 탈출한 결과다.

에스코바르는 미얀마의 쿤 사, 멕시코의 '엘차포(땅딸보)' 호아킨 구스만과 함께 세계 3대 마약왕으로 불린 인물이다. 1970년대 초 콜롬비아 서북부 메데진시(市)에서 마약 조직을 결성해 전 세계에 코카인을 팔아 떼돈을 벌었다. 한때 세계 7대 갑부 반열에 올랐고, '콜롬비아 유력인사 중 그의 뇌물을 받지 않는 사람이 없다'는 말까지 돌았다.

에스코바르는 1980년대에 메데진시 인근 임야에 개인 동물원을 조성해 세계 각지에서 코끼리, 기린, 코뿔소 등을 사들였다. 이때 하마 4마리(수컷 3, 암컷 1)를 사들였는데, 에스코바르는 유독 하마를 아꼈다고 한다. 온순하다가도 화가 나면 악어까지 물어 죽이는 하마를 보며 그는 "하마의 기질이 나와 쏙 닮았다"고 말했다.

1993년 마약밀매 및 살인 등 혐의로 정부군의 추격을 받던 에스코바르가 사살됐고, 그의 동물원은 정부에 몰수됐다. 이 과정에서 하마와 코뿔소들이 야생으로 탈출했다. 코뿔소들은 대부분 죽은 채 발견됐지만, 하마들은 동물원 인근 마그달레나강 일대에 정착했다.

미 CBS방송에 따르면 탈출한 하마들이 왕성하게 번식해 마그달레나강 일대 야생 하마 수는 70마리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콜롬비아 생태학자들은 "마그달레나강에는 하마를 위협하는 상위포식자가 없다"며 "이대로면 하마 수가 20년 내에 200마리를 가뿐히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마가 급증하면서 토착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마의 똥이 물속에 용해된 산소를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 토착 어류가 폐사하는 일이 벌어진다고 한다. 하마들이 민가에 출몰해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도 잦아지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