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 치러진 육군·공군사관학교의 2019학년도 입학생 선발 1차 필기시험에서 채점 오류로 두 사관학교 지망생 43명을 잘못 불합격 처리하고도 1년 동안 쉬쉬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당시 출제된 국어 과목 2개 문항 문제지에는 배점이 각각 2점, 3점으로 표기돼 있었지만 채점표에는 3점, 2점으로 뒤바꿔 표기하는 바람에 1차에 합격했어야 할 지원자 43명이 떨어지는 사태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42명에게는 내년도 입학생을 뽑는 2차 시험에 응시 기회를 부여하고 한 명은 최종 합격 조치하는 등 구제 절차를 밟는 중이라고 한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채점 오류 해프닝으로 끝낼 사안이 아니다. 당시 육사·공사·해사 지원생 2만7000여명이 공통으로 치른 국어 시험 문제는 육사가 대표해서 출제하고 채점표도 육사가 작성해 다른 사관학교에 배포했다고 한다. 그런데 작년 1차 필기시험 합격자 발표 직후 공군사관학교 담당 과장이 채점표 오류 사실을 발견해 육사·해사에 알렸지만 이 가운데 해사만 불합격 처리된 13명 지원자에게 추가 합격을 통보하고 2차 시험 응시 자격을 주는 등 즉각적인 조치에 나섰다고 한다. 육사는 채점표 작성 오류를 공사에서 통보받고도 바로잡지 않았고, 공사 역시 오류 사실을 다른 학교에 통보하면서도 정작 스스로는 시정 조치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이 잘못을 바로잡지 않고 뭉개는 바람에 나라를 지키는 데 평생을 바치겠다고 결심한 젊은이 수십 명이 안 해도 되는 마음고생을 하며 1년의 세월을 낭비하게 된 것이다. 그나마 국정감사가 아니었으면 채점 오류가 있었는지조차 모르고 지나갔을 것이다. 군이 문책을 피하려고 사실을 숨기고 비틀다 뒤늦게 발각되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군이 정말 이래도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