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대학 기숙사들 대부분이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야간 출입통제 규정, 이른바 '통금'(통행금지) 규정을 개정하라는 요구가 대학가에서 잇따르고 있다.

3일 숙명여대에 따르면 이 학교 총학생회는 최근 기숙사 내칙(생활수칙)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88.7%는 '야간 출입통제가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을 밝혔고, 73.1%는 '야간 출입통제로 기숙사에 출입하지 못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숙대 총학생회는 이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기숙사 야간 출입통제와 불시점검 폐지를 요구하며 학교 측과 면담을 추진 중이다.

연세대 총학생회가 올해 6월 기숙사 생활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도 응답자의 67.6%가 통금을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총학생회는 이런 내용을 학교 측에 전달했으며, 대학당국은 일단 국제캠퍼스 기숙사부터 규정을 완화해 시험 기간에는 통금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박요한 연세대 총학생회장은 "거주지 출입 시간은 성인인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기본적 권리"라며 "전면적인 통금 해제를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통금 폐지는 아니지만 기숙사 출입통제 시각을 1시간 늦추는 안건을 두고 지난달 기숙사생 대상 투표를 진행한 홍익대 총학생회의 사례도 있다. 총학은 투표 결과를 토대로 학교 측에 통금 완화를 건의했다.

서울대와 고려대는 이미 기숙사 통금을 폐지했다.

서울대는 1990년대 후반에 대학원생들의 요구로 대학원 기숙사 통금을 일단 없앴다. 실험실과 연구실에서 밤늦게까지 연구해야만 하는 사정이 있는 이공계 대학원생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2000년대 초까지 서울대 기숙사의 통금이 순차적으로 사라지고 학생들이 24시간 자유롭게 자기 방에 출입할 수 있게 됐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2012년 불합리한 차별을 이유로 학교에 기숙사 통금 폐지를 요구했다. 당시 외국인 기숙사는 빼고 나머지 기숙사에만 통금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고려대 당국은 이런 요구를 받아들여 2013년 남학생 기숙사, 2016년에는 여학생 기숙사의 통금을 폐지했다.

학생들은 성인인 대학생에게 통금을 강요하는 것이 과도한 통제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학교 측은 비용 증가와 안전사고 우려가 있다며 통금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통금을 폐지하면 야간에 출입하는 학생의 안전을 위해 그만큼 야간 경비인력을 늘려야 한다는 설명이다.

어떻든 이런 통금 규정을 학교 측이 학생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은 문제라고 학생들은 지적한다.

박민주 홍익대 부총학생회장은 "기숙사는 학생이 사는 곳인데 학교가 일방적으로 규칙을 정해 놓고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따르라고만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생활수칙은 학교와 학생들이 함께 논의하며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 기숙사를 둘러싼 이같은 상황과 관련, 서울시도 기숙사 운영에 인권 관점이 반영되도록 '인권친화적 공동생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대학 기숙사 등에 배포할 방침이다.

가이드라인은 서울시 관계자, 청년 주거 전문가, 대학 직원 등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여기에는 지난해 서울시가 실시한 시내 대학들의 기숙사 인권 실태 조사 결과가 반영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금은 대부분 기숙사 운영 주체가 일방적으로 규율을 정해 따르도록 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자치회 등을 통해 거주자들이 논의를 거쳐 규율을 정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