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시위로 소음 때문에 살 수가 없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주말을 한 번 보내보세요."

박원순 서울시장이 1일 ‘소통 부족’ 논란 등으로 중단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과 관련, 직접 ‘소통’하겠다며 종로구 삼청동과 사직동 주민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광화문광장 일대 시위에 시달려온 주민들은 박 시장을 향해 ‘광장 확대’에 반대하는 쓴소리를 쏟아냈다.

1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과 주민들의 의견을 듣겠다며 삼청동을 찾았다. 박 시장 뒤로 삼청동 주민들이 “광화문광장 조성사업 결사반대”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있다.

박 시장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삼청동에 있는 한 보자기 아티스트가 운영하는 상점이었다. 이 상점 여주인은 "주말마다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집회·시위로 관광객은 물론이고 시민들의 방문도 줄었다"며 "상점도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어 인근 식당에서 삼청동 주민들과 만났다. 30여 분간 이어진 대화에선 한결같이 집회·시위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민원’이 쏟아졌다. 주민 A씨는 "집회·시위로 장사가 되질 않아 삼청동에 있는 상점 50%는 빠져나갔다"며 "광화문광장이 원인인데, 이걸 확장까지 한다고 하니 삼청동 사람들은 다 죽으라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주민 B씨도 "예전에는 삼청동에 산다고 하면 주변 사람들이 무척 부러워했다"며 "하지만 광우병 촛불집회 이후 삼청동이 망가졌다"고 했다.

광화문광장이 확장되면 세종대로 차로가 줄어들어 교통 문제에 대한 걱정도 이어졌다. 주민 C씨는 "세종대로 차로를 줄이면 삼청동은 지금보다 심한 교통지옥이 된다"며 "우선 순위를 정해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언론에서 광화문광장 확장 사업을 박 시장의 ‘대권 쌓기용’이라는 지적도 있다"고도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음식점을 방문해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후 박 시장은 사직동으로 발걸음을 옮겼지만, 이곳 주민들의 이야기도 다르지 않았다. "광화문광장 (확장) 결사 반대한다. 차라리 공원이나 숲을 조성해 달라" "집회·시위로 경찰버스들이 다 서 있어서 길도 막히고 나쁜 공기도 마셔야 한다" "광장을 넓힌 다음의 대책은 무엇이냐" 등 쓴소리가 이어졌다.

박 시장은 주민들의 말을 노트에 옮겨 적으며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박 시장은 "밀어붙이기 방식이 아니라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며 반대 목소리도 있는 그대로 듣겠다"며 "시민들이 지금도 고통을 받고 있으니 해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오는 3일에도 광화문광장 주변인 청운효자동, 부암동, 평창동을 들러 주민 의견을 들을 계획이다. 같은 날 오후 3시 30분부터는 종로구청 강당 한우리홀에서 주민들과 ‘무제한 끝장토론’을 통해 의견을 경청할 방침이다.

지난 1월 발표한 서울 광화문광장 재조성 조감도.

서울시는 지난 1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설계안을 발표했다. 서울지하철 1·2호선 시청역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등 5개 노선을 연결하고, 세종문화회관 앞 도로를 광장으로 편입해 현재 10차선 도로를 6차선 도로로 줄이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재구조화 사업안에 따르면 광화문광장은 6만9300㎡(약 2만1000평)로 기존 면적(1만8840㎡)보다 3.7배 커진다.

하지만 서울시가 올해 안으로 설계를 마무리해 2021년 5월까지 준공하겠다고 못 박으면서 ‘졸속 추진’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설계안에 현재 광화문광장에 있는 이순신 동상과 세종대왕상을 옮기는 내용이 있어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행정안전부 역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설계안이 합의되지 않은 내용이라며 반대했다. 박 시장은 추진 의사를 여러 차례 피력했으나, 주민 여론까지 나빠지면서 지난 9월 결국 보류로 입장을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