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청와대가 범여권에서 나오는 국회의원 정수(定數) 확대론과 선 긋기에 나섰다. 의원 정수 확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지속되고 선거법 개정 협상의 상대가 될 수밖에 없는 자유한국당이 반발하고 나서자 일단 발을 빼는 모양새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서는 의원 숫자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29일 바른미래당 당권파와 정의당, 민주평화당 등 범여권 정당의 정수 확대 요구에 대해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 원내대표는 "정수를 확대하지 않는 입장에서 선거제 개혁에 대한 기본 설계를 하고 약속했다. 그 안에서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며 "국민이 동의하지 않는 한 (정수 확대는) 어려운 얘기"라고 했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도 전날 국회를 찾아 "국민이 동의를 안 할 것"이라며 "신중해야 하고, 대통령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범여권이) 배지 욕심, 의석수 욕심이라는 속내와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탐욕 정치 세력 간의 야합일 뿐"이라고 했다. 바른미래당 비당권파인 오신환 원내대표도 당 회의에서 "민주당과 정의당은 꼼수 부릴 생각 말고 정석대로 의원들을 설득하라"고 했다.

그러나 군소 정당들은 정수 확대 주장을 이어갔다. 지난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의석을 최대 10%(30석) 늘리자고 했던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도 "여당은 더욱 구체적이며 책임 있는 (선거제 개편) 방안을 제시하기 바란다"며 민주당을 압박했다. 평화당 정동영 대표도 "10% 증원 논의를 시작하자"고 했고,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도 30명 증원에 찬성한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도 오신환 원내대표와 달리 의원 정수 확대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도 의원 숫자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나온다. 현재 패스트트랙에 올라 있는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그대로 시행될 경우 지역구 의석은 28석 줄어든다. 수도권이 10석 안팎, 호남이 5~6석 통폐합될 가능성이 있다. 대부분 범여권에 유리한 곳이다. 수도권의 한 민주당 의원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최근 당내 의원들과 만나면 정수 확대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10%(30명)까지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 일부는 공감하고 일부는 반대한다"고 했다. 다른 중진 의원은 "패스트트랙 처리가 임박해오면 정수 확대 문제가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될 것"이라며 "지금 쉽게 된다, 안 된다 할 얘기가 아니다"라고 했다.

한편 국제의원연맹(IPU)과 유엔 경제사회국, 한국 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 본지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의원 1인당 인구수는 지난해 말 기준 17만2754명이다. 우리와 같은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은 75만7167명당 의원 1명이다. 미국 인구는 지난해 말 기준 3억2709만명에 달하지만 연방 하원의 총의석은 한국(300석)보다 132석 더 많은 432석에 불과하다. 같은 대통령제 국가인 멕시코도 의원 1인당 인구수가 25만2382명으로 우리보다 많다. 반면 의원들이 국정의 중심이 되는 내각제를 채택하는 상당수 유럽 국가는 의원 1인당 인구수가 우리보다 적다. 독일 11만7242명, 프랑스 11만2635명, 영국 10만3295명 등이다. 하지만 같은 내각제라도 일본의 경우는 인구 27만3553명당 의원 1명으로 우리보다 의원 1명이 대표하는 국민 숫자가 더 많다.

우리나라 국회의원 1명이 1년간 국가에서 개인적으로 받는 돈은 2019년 예산안 기준으로 평균 1억5176만원이다. 여기에 국회의원 사무실 지원 경비 9838만원이 추가되고, 보좌진에 대한 급여 등을 포함하면 의원 1인당 약 7억3000만원가량이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