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모친 강한옥(92) 여사가 29일 오후 7시 6분 별세했다. 강 여사는 최근 노환으로 부산 중구 메리놀병원에 입원했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고인의 뜻에 따라 장례는 가족들과 차분하게 치를 예정이며 조문과 조화는 정중히 사양하겠다는 뜻을 전하셨다"며 "애도와 추모의 뜻은 마음으로 전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친인척 이외엔 조문도, 조화도 받지 않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대통령이 재임 중 친부모상(喪)을 당하기는 처음이다. 장례는 3일간 가족장으로 치러지고, 빈소는 부산 수영구 남천성당에 차려졌다. 발인은 31일 오전이다.

장례식장으로 향하는 文대통령 - 모친 강한옥 여사의 임종을 지킨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부산 중구 메리놀병원에서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병원을 나와 장례식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강 여사가 위독하다는 소식에 이날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에 참석한 직후 부산으로 내려가 임종했다. 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는 문 대통령보다 먼저 오전에 병원을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에서 "가난 속에서도 돈을 최고로 여기지 않게 한 어머니의 가르침은 살아오는 동안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 부모는 1950년 12월 흥남 철수 당시 메러디스 빅토리호를 타고 경남 거제로 내려와 피란민 수용소에서 생활했다. 문 대통령은 강 여사를 모시기 위해 고향인 부산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 직후 강 여사를 모시고 청와대 관람을 했고 명절에는 청와대에서 함께 차례를 지냈다.

2004년 모친과 금강산 이산 상봉장으로 - 문재인 대통령이 2004년 청와대 사회문화수석 재직 당시 북한에 사는 이모와 상봉하기 위해 모친 강한옥 여사와 함께 금강산으로 향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시민사회 수석이었던 2004년 7월 금강산에서 열린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강 여사와 함께 참석해 함경남도 함주에 살고 있던 이모 강병옥씨를 만났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KBS에 출연해 "어머니에게 제일 효도했던 것이 이때 어머니를 모시고 갔던 게 아닌가 싶다"며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 (북한을) 한번 갈 수 있으면 더 소원이 없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임종 전 참모들에게 "장례는 가족끼리 조용히 치를 예정이니 청와대는 일에 전념하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노영민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평상시와 똑같이 일상적인 근무를 할 것"이라며 "청와대 직원들이 단체로 조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장례가 끝난 뒤 다음 달 3~5일 태국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 예정대로 참석할 예정이라고 청와대는 밝혔다. 유족으로는 문 대통령 외에 누나 재월(68)씨와 동생 재성(62)·재익(58)·재실(55)씨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