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교육비서관이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대입 정시 확대 방침에 대해 "과도기적 과정으로 보면 된다"고 했다. '정시 확대'는 한시적(限時的)이라는 것이다.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2028년부터는 입시가 개편된다는 이유를 들었다. 고교학점제는 고교생들이 대학처럼 듣고 싶은 수업을 선택해 듣고 학점을 채우면 졸업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학점제로 가면 대입에서 수능 비중은 낮출 수밖에 없다. 학생마다 듣는 과목이 다른데 수능으로 변별력을 갖춘다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고교학점제 시행을 목표로 삼은 정부가 느닷없이 수능 위주 정시 확대를 들고 나왔으니 모순이자 자가당착이었다. 그래서 청와대가 '한시적 조치'라고 주워담고 있는 것이다. 학부모·학생들이 왜 즉흥적 교육 정책의 실험 대상이 돼야 하나.

고교학점제를 앞서서 도입하고 있는 학교가 민사고 같은 자사고들이다. 민사고는 일반 학교의 두 배쯤 되는 200개가 넘는 과목을 개설해놓고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준다. 고교학점제를 정착시키겠다면 민사고 등에서 시범적으로 하고 있는 학점제를 장려하고 시행착오는 개선해 일반 학교로 파급시켜야 한다. 민사고 같은 자사고를 전부 없애겠다면서 교육 내용은 민사고에서 하고 있는 걸 따라가겠다고 하고 있으니 이것도 자가당착이다.

문 대통령의 '정시 확대'는 파렴치 인물을 법무장관에 임명해놓고는 그로 인한 평지풍파를 제도 탓인 양 둘러대려는 것이다. 교육이 아닌 정치적 발상이다. 수능 확대가 더 공정하다는 증거도 없다. 수능 비중이 커질수록 부유층 자녀들이 유리해진다는 실증(實證) 연구들이 있다.

청와대 교육비서관은 "여론조사에서 정시 확대가 70% 이상 지지를 받고 있다"고 했다. 자사고·외고 등 폐지도 "국민 지지가 꽤 높다"고 했다. 결국 교육 정책도 여론조사로 결정하고 있다고 자백한 셈이다. 학생들은 공부 안 하고 점수 딸 수 있고 경쟁 없이 대학 가는 걸 원한다. 교사들 역시 수업은 적당히 하면서 월급 타고 싶어한다. 이렇게 가면 학업 수준 저하를 부를 수밖에 없고 곧 국가경쟁력 추락으로 나타나게 된다. 교육 정책을 여론조사로 정하면 그 길로 간다. 교육까지 포퓰리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