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 28일 국회 연설서 주장
검찰 "고소·고발 대부분은 사건처리 불만 민원"
판사 기소율도 0.16%...법조계 "낮은 것이 정상"
"통계 배경 등 다빼고 단순비교하는 것은 왜곡"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28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지난 2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지난 5년간 범죄 기소율 통계를 언급하며 "힘없는 국민은 40%가 기소됐지만, 법을 집행하는 검사들은 단 0.1%만 기소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은 법앞에 평등하다고, 우리 사회에 검찰 특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앞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한 방송사 토론프로그램에 나와 공수처 설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검사는 검사의 범죄 수사를 안 한다. 공수처의 감찰 기능을 확대하는 것은 검사도 법을 위반하면 감옥에 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여권 인사들의 검찰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잇따르자 인터넷 게시판이나 SNS에서는 "검사 기소율이 0.1%? 이건 당연히 개혁해야 된다", "검찰셀프 수사 못하게 공수처 신설하고 수사·기소권도 부여해라"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검찰 개혁이나 공수처 설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통계를 단순비교하는 것은 ‘사실 왜곡’이고, 일부 사례를 들어 검찰 전체의 문제인양 주장하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실관계와 다른 방법을 동원해 검찰을 의도적으로 비난하고 있다는 것이다.

법무부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4~2018년 검사를 대상으로 접수된 고소·고발 사건 중 검찰의 처분이 이뤄진 사건은 전체 9903건이다. 이 중 기소가 이뤄진 사건은 14건으로 기소율은 0.14%다. 검찰 연감에 따르면, 2014~2017년(2018년 통계는 미발표) 기준 일반 형사사건 기소율은 34.8%다. 통계 자체만 보면 국민 전체의 기소율과 검사의 기소율이 큰 차이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에 대해 대검찰청은 "검사에 대한 형사 사건은 사건 관계인이 사건처리에 대한 불만으로 담당 검사와 지휘라인에 있는 검사들을 고소·고발하는 사건, 특히 반복적이고 민원성의 고소·고발이어서 각하 처분되는 사건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기소율을 단순 비교해 ‘제식구 감싸기’를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은 충분한 분석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판사에 대한 기소율도 0.16% 정도에 불과하다. 이 역시 반복적이고 민원 성격을 가진 고소·고발 사건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실제 사건처리에 불만을 품은 A씨는 담당검사는 물론 법무장관, 검찰총장, 대검과 서울중앙지검 간부들, 국회의원까지 352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무더기 고발했다가 각하된 사건도 있었다.

서울중앙지검 청사 입구.

법조계에서는 검사와 판사 기소율이 낮은 것은 당연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도덕적으로 문제가 된 일부 예외적인 법조인들로 인해 따가워진 시선에는 공감하지만, 판·검사가 죄다 전과자인 게 더 말이 안 되지 않느냐"고 했다. 수사·재판 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들이 뇌물 등 직무 관련 범죄로 재판에 넘겨진 비율(2015~2018년)을 보면 대검찰청 0.40%, 경찰청 1.23%, 법무부 0.26%, 법원 0.30%로 모두 2% 미만에 그쳤다.

대형로펌 소속 한 변호사는 "공수처 도입 명분을 강조하려다보니 공감대를 끌어내기 쉬운 숫자를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실관계에 꼭 들어맞지 않는 내용과 수치로 공권력에 대한 신뢰를 낮추는 것이 정말 국민을 위한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이 원내대표는 "공수처가 설치되면 검찰 특권이 해체된다"며 "지난 20년 동안 자유한국당은 야당일 때도 여당일 때도 공수처 설치를 주장해 왔다"고 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도입에 반대하는 야당을 겨냥한 것이다. 그러면서 1998년 9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발언을 근거로 들었다. 이 전 총재는 당시 "정치적 사건이나 고위공직자 비리 사건에 대한 공정한 수사를 위해 독립된 수사기관 설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총재의 발언은 특별검사제 도입을 주장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