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8일 네이버의 첨단 기술 개발자 회의에 참석해 '인공지능(AI) 국가전략'을 올해 안에 제시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인공지능 정부가 되겠다" "개발자들이 끝없는 상상을 펼치고 실현할 수 있도록 정부가 함께하겠다"는 등 말의 성찬(盛饌)을 펼쳤다. 그러나 정작 AI 발전의 최대 장애물인 데이터 규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에 대해선 "연내에 통과되도록 국회와 적극 협력하겠다"고 살짝 언급만 하고 지나갔을 뿐 구체적인 실행 의지는 보이지 않고 있다.

선진국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데이터 활용·분석을 대폭 허용하는 법 제도를 만들어 기업들이 의료·금융·통신 등의 데이터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해주었다. 우리는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그나마 최소한의 범위에서만 규제를 푸는 '데이터 3법' 개정안을 작년 11월 국회에 상정했지만 일부 시민단체 반대와 의원들의 태만으로 여전히 발이 묶여 있다.

지난주에도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가 신용정보법 개정안을 심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다음 달로 미뤘다. 그런데도 청와대나 여당 지도부는 법안 처리에 적극적이지 않다.

세계에서 가장 경직적이고 획일적인 주 52시간 규제도 여전하다. 밤새워 연구하고 휴일에도 일해야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가 AI다. 오후 6시만 되면 사무실 불을 끄고 연구 개발자들을 내쫓는 나라가 어떻게 AI 강국이 되겠다는 말인가.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장은 "실리콘밸리에서 출퇴근 시간을 확인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신산업 규제를 선(先) 허용·후(後) 규제하는 중국이 부럽다"고도 했다. 그 말대로다.

조국 사태 이후 문 대통령의 대기업 행사 나들이가 잦아졌다. 삼성디스플레이, 현대차 등에 가서 '혁신 경제' 구상을 내세웠다. 대통령의 현장행(行)은 필요하지만 지금 기업들이 절실히 원하는 것은 보여주기식 행사가 아니다. 인공지능·자율주행차·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우리가 뒤지는 것은 정부가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중 삼중 낡은 규제를 풀고 글로벌 수준의 법 제도를 마련해서 기업들이 펄펄 날 수 있도록 운동장을 열어주는 것만 하면 나머지는 기업들이 알아서 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