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주의 밀리언셀러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82년생 김지영'(감독 김도영)이 23일 개봉하자마자 예매율 1위에 올랐으나, 온라인에선 영화를 둘러싼 성(性) 대결, 평점 대결이 치열해지고 있다. 페미니즘 영화라며 불매운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일부 남성 네티즌과 이에 대한 반발로 관람 운동을 벌이는 여성 관객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1982년에 태어난 보통 여자 김지영이 결혼과 출산을 거치며 겪는 이야기를 그려낸 영화 '82년생 김지영'. 여성을 넘어 가족 모두가 겪는 보편적 고민을 그려냈지만 일부에선 '성별 대결' '평점 대결'을 벌이고 있다.

23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82년생 김지영'은 23일 하루 동안 13만8968명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비수기임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그러나 온라인 커뮤니티와 포털 사이트 영화 평점에선 성별 대결이 이어지고 있다. 네이버에선 남성 네티즌이 이 영화 평점을 1.71점만 준 반면, 여성 네티즌은 9.45점을 줬다. 영화를 보지도 않고 '1점 주기 운동'을 벌이는 이들도 있다. 인신공격성 댓글도 이어진다. '82년생 김지영' 제목을 비틀어 '82㎏ 김지영은 남에게 피해 주지 말고 두 자리씩 예매하라'고 쓴 글이 대표적. 영화 속 명대사를 올리는 코너에 '하루 종일 TV 보다가 애 보러 가는 게 얼마나 힘든 줄 알아?'처럼 전업주부를 조롱하는 글도 올라왔다.

여성들은 대체로 영화에 호응하는 분위기다. 24일 CGV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예매 관객의 81.9%가 여성. 이 중 20대는 37.7%, 30대는 33%, 40대는 19.1%였다. 관람객 중 적지 않은 이가 "엄마와 다시 보겠다" "혼자 와서 다시 보고 싶다" 같은 반응을 보여, 영화를 여러 번 보는 이른바 N차 관람객이 늘어날 조짐도 보인다.

관람 운동도 일어나고 있다. 몇몇 여초 커뮤니티엔 "야근 때문에 영화 볼 시간이 없지만 일단 티켓을 샀다" 같은 게시물이 올라왔다. 극장에 가지 않아도 티켓을 사는 이른바 '영혼 보내기' 운동이다. 인스타그램에선 '#82년생김지영홧팅' '#82년생김지영을응원합니다' 같은 해시태그가 100개 넘게 검색됐다.

이 영화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연예인도 늘고 있다. '기생충'에 출연했던 배우 최우식은 '#정말슬프고재밌고아프고'라고 썼고, 배우 유아인은 "부정한 소리에 현혹되지 마시고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보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배우 수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고 했다.

영화 인기에 힘입어 원작 소설 판매도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은 24일 "'82년생 김지영'이 23일 영화 개봉과 동시에 주간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알라딘에서 이 책이 주간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건 2018년 3월 이후 1년 7개월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