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현 코드미디어 디렉터

위워크가 심상치 않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가 운영하는 비전펀드의 대규모 투자를 받으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승승장구하던 위워크는 올해 말에 계획하고 있던 기업공개(IPO) 계획을 취소했고, 곧이어 창업자 애덤 노이만이 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경영 악화로 2000명에 가까운 직원을 감원한다는 소문이 돌고, 몇 달 전만 해도 470억달러라고 주장하던 기업 가치는 5분의 1 이하로 줄어들었다. 능력 있는 임원진의 엑소더스도 이어져 지난 한 달 새 여섯 명이나 회사를 떠났다. 한때 ‘부동산계의 우버’라고 불리던 위워크에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사실 이 모든 문제가 갑자기 일어난 것은 아니다. 이미 몇 해 전부터 업계에서는 위워크의 초기 성장을 이끌었던 고객 서비스가 사라지고 있다는 경고가 들렸고, 창업자가 자신이 소유한 빌딩을 회사에 임대하거나, ‘위(We)’라는 새로운 기업명을 만들어 자신의 회사에 팔아 큰돈을 챙기는 등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도 지적됐다. 그는 경영 악화를 이유로 회사를 떠나면서도 우리 돈으로 약 2조원에 가까운 돈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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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문제의 근원에는 위워크가 가지고 있는 정체성의 문제가 있다. 즉, 위워크가 과연 테크 기업이 맞느냐는 질문이다. 알리바바, 우버, ARM 등 내로라하는 테크 기업에 투자한 손정의가 선택했지만, 궁극적으로 위워크는 빌딩을 장기로 임차해서 입주사에 단기로 공간을 대여하는 부동산 업종에 속한다. 전문가들은 그런 기업이 실리콘밸리의 테크 기업 수준의 투자를 받으며 몸집을 키우다가 결국 문제가 생겼다고 지적한다. 물론 위워크는 스스로를 테크 기업이라고 정의한다. 스스로를 '오프라인의 페이스북'이라고 하고, 투자설명서에는 120번이 넘게 '테크' 혹은 그와 비슷한 단어로 테크 기업임을 강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왜일까? 위워크처럼 IT를 사용하기만 하면 누구나 테크 기업이 될 수 있을까? 위워크가 테크 기업을 자처하는 이유는 동종 업계 최대의 경쟁자인 IWG와 비교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두 회사가 전 세계에서 확보한 사무 공간의 넓이는 비슷하지만, 가입한 회원 숫자는 IWG가 5배 많고, 매출액은 2배 가까이 많다. 위워크는 작년 한 해 19억달러의 적자를 냈지만, IWG는 5억달러의 흑자를 냈다. 그런데 시장에서 생각하는 IWG의 기업 가치는 37억달러인 반면, 위워크는 12배가 넘는 470억달러의 가치가 있다고 주장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위워크가 테크 기업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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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일을 하는데도 왜 테크 기업은 더 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까? 바로 디지털 기술, 특히 소프트웨어 기술이 가지고 있는 장점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기업의 선두 주자였던 마이크로소프트는 제품을 개발하는 데는 막대한 돈이 들지만, 개발이 끝난 제품(소프트웨어)을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은 0에 가깝다.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디지털 코드이기 때문에 무한 복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일단 시장을 장악하기만 하면 수익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그런 상품의 특성 때문에 공장이나 창고 비용이 들지 않아 비슷한 수익을 내는 기업에 비해 유형 자산의 비율이 낮다. 페이스북의 경우 5000억달러가 넘는 기업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유형자산은 250억달러에 불과하다. 따라서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끌어들일 필요가 없다. 또한 21세기에 들어와서 강세를 보이는 테크 기업들의 경우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사용자들이 모이면 모일수록 더 빠르게 성장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가령 내가 두 개의 메시징 앱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내 친구들이 더 많이 사용하는 앱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하다. 따라서 시장을 장악하는 순간, 경쟁자가 사라지는 게임이다.

그리고 그렇게 확보한 사용자들이 생산해내는 빅데이터를 통해 끊임없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렇게 무한히 향상되는 품질과 커지는 네트워크 효과를 무기로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21세기 테크 기업의 본질이다. 미국의 월마트가 매출액은 아마존의 2배가 넘지만 기업 가치는 아마존이 월마트의 2.5 배인 이유도 월마트가 여전히 좋은 입지의 물리적인 매장과 직원 유지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막대한 반면, 아마존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창고와 로봇을 사용해 전자상거래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워크는 위와 같은 테크 기업의 장점을 거의 가지고 있지 않다. 시내 중심가의 비싼 빌딩을 임차해야 하기 때문에 성장을 위해서는 큰 비용이 투자되어야 하고, 물리적인 사무 공간으로 수익을 내기 때문에 폭발적인 성장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 유명 투자자는 현재 적자인 위워크가 흑자로 돌아서려면 사용자를 2배로 늘려야 하는데, 현재 사무실 임대율이 80%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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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런 모든 상황을 알고도 위워크에 대규모 투자할 만큼 과열된 실리콘밸리의 투자다. 애초에 위워크 창업자에게 기업의 가치를 더 크게 잡으라고 부추긴 사람은 다름 아닌 손정의였기 때문이다. 지난 10년 동안 실리콘밸리에는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와 각종 국부펀드 등 막대한 투자금이 유입되었고, 더 이상 투자할 기업을 찾지 못한 이 자금이 디지털 테크를 넘어 다른 업종에 투자하면서 위워크 같은 회사를 테크 기업으로 생각하는 자발적인 착시 현상에 빠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5년 내에 이런 착시 현상이 교정되겠지만 그러기까지는 많은 ‘무늬만 디지털 기업’이 테크 시장에서 퇴출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